[과학 핫이슈]이 달부터 땡볕 여름…엘니뇨 우려도

6월이 심상치 않다. 5월 열대야가 발생한 데 이어 6월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겨울이 길어지는 추세가 이어지는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기온이 평년(21.2℃)보다 높을 확률이 55%로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이동성 고기압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원인이다. 통상 고기압과 저기압이 번갈아가며 우리나라를 지나가게 되는데 6월에는 고기압 영향이 저기압 영향보다 셀 것이라는 게 기상청 전망이다. 저기압이 지나가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에만 영향을 미치거나 세력이 약하면 전반적으로 고기압 영향권 아래에 놓인다.

고기압 영향이 세지면 낮 기온이 올라가고 맑은 날이 많아진다. 강수량은 부족해져 저수·관개 시설 상태에 따라 가뭄이 올 가능성도 있다. 6월이면 당장 ‘땡볕 여름’이 시작되는 셈이다.

6월 기온이 높아지는 건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10년 간 6월 기온은 0.7℃ 높아졌다. 여름(6~8월) 전체로 봐도 최근 10년 간 1.3℃ 상승했다. 10년 간 여름 평균 기온은 24.2℃를 기록해 평년보다 0.6℃ 높아졌다.

더운 초여름 징후는 벌써 시작됐다. 지난 30일 강원 강릉 지역에서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관측됐다. 강원지방기상청은 29일 밤부터 30일 아침까지 강릉 지역 최저 기온이 25.9℃를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 이상이면 열대야로 본다. 이 같은 5월 열대야는 기상 관측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기존 기록으로는 1987년 6월 4일 강릉과 속초에서 나타난 열대야가 가장 빨랐다. 앞서 27일 밤부터 28일 아침 사이에는 제주의 최저기온이 25.3℃를 기록해 전국 첫 열대야가 관측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29일 낮 최고기온이 35.6℃를 기록해 1962년 세워진 5월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날 거창도 34.4℃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30℃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엘니뇨 현상도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엘니뇨 감시구역인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여름철 내내 이런 현상이 계속돼 엘니뇨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5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온도 편차가 0.4℃ 이상 되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본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에 가뭄,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나타나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엘니뇨 피해는 1950년 이후 총 13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1982~1983년 엘니뇨로 발생한 에콰도르 홍수로 600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고, 로키산맥 폭설·캘리포니아 허리케인 등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겨울 영동 지역 폭설과 영남 지역 폭우, 2002년 여름 김천·강릉 등에 내린 게릴라성 폭우가 엘니뇨 여파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학계에서 무더위 이상으로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 엘니뇨 우려”라고 전했다.

올 여름 엘니뇨가 발생하면 본격적인 영향은 겨울쯤에 나타난다. 해수면 온도 변화가 원인인 엘니뇨가 발생해 본격적으로 기상에 영향을 미치려면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큰 재해가 없더라도 동아시아 전반의 겨울 기온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동아시아 지역 겨울철 평균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엘니뇨까지 겹친다면 이상 고온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엘니뇨가 발생해도 북극 상황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북극 고온현상, 북극진동, 시베리아 고기압 등의 영향이 엘니뇨보다 강해지면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 2002년은 엘니뇨가 발생한 해였지만 우리나라 겨울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기상청은 6월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지만 7월과 8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수량도 6월을 제외하면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은 10~12개가 발생해 그 중 1~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