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노이로제

[관망경]노이로제

노이로제는 의학적으로는 신경증을 뜻하지만, 통상 어떤 일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질 때에도 널리 쓰인다.

노이로제는 외부 자극과 심리적 요인이 결합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개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노이로제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나빠지게 하는 건 공통된 현상이다. 자극이 반복되면 노이로제는 지속된다.

정부 부처에 노이로제를 일으키는 자극 중 하나가 국회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국회라는 자극에 노이로제를 재차 경험했다.

최양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 마구잡이식 자료 요구에 불면의 밤을 보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의 산더미 같은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이후 해묵은 자료를 찾아내고 복사하느라 다른 일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 자료 요구는 최 후보자 청문회 당일인 7일 새벽 1시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밤샘 작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주의 인물로 손꼽히고 의원이 회자될 정도다.

미래부가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건 자료 준비 때문만은 아니다. 정작 국회 청문회 현장에선 요구한 자료가 거론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인사 청문회 외에 정기국회·임시국회 등 국회가 열릴 때마다 미래부는 고유 업무를 팽개치고 자료 준비에 매달리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정감사가 8월과 10월 두차례 나뉘어 진행된다.

국회가 이전처럼 산더미 같은 자료를 요구하고, 제대로 보지도 않는 구태를 되풀이하는 한 미래부는 집단 노이로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가 이렇다 할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건 국민에게 또 다른 노이로제를 강제하는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