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장관 청문회와 줄서기

[관망경]장관 청문회와 줄서기

장관은 관료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그만큼 권력이 막강해 장관의 결정 하나가 국민과 기업을 들썩이게 만든다. 하지만 장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한다. 훌륭한 대통령을 선출하면 좋은 장관을, 그렇지 않으면 무능하고 부패한 장관을 만나기 십상이다.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무조건 장관이 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국민 의견을 묻는 자리가 청문회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리해 장관 후보자를 검증한다. 장관 업무를 수행할 만큼 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평가한다. 이 때 국회의원은 적격·부적격성 판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바빠지는 건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신임 장관을 맞는 부처도 분주해진다.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각 부처는 후보자가 청문회에 통과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일부 공무원은 후보자 지원을 전담해 얼굴 보기조차 힘들고 국·실장급 공무원은 수시로 후보자와 접촉하느라 바쁘다.

새로운 수장을 맞아야 하는 이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문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과도한 지원, 찬양에 가까운 후보자 소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언론에 배포한 일부 후보자 소개자료는 정부가 배포한 자료라 믿기 힘들 만큼 주관적 표현이 난무한다. 후보자가 직접 해명해야 할 도덕성, 비리 의혹까지 부처가 대변하는 사례도 많다.

일정 수준 후보자 지원은 필요할 수 있지만 과도한 작업은 국력과 세금 낭비일 뿐이다. 후보자 의혹 해명 거리와 찬양할 표현을 찾느라 본연의 업무에 소홀했다면 직무유기다. 얼마나 많은 부처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지 의문이다.

어떤 조직원이든 새로운 수장이 오면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들의 지원이 있어야 수장도 원만히 적응해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면 지원이 아니라 ‘줄서기’라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 이번 기회에 각 부처가 적정한 후보자 지원 가이드라인을 마련·개선하기를 기대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