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 아랑곳 않는 여가부 인터넷 규제…국민 불편과 업계 역차별 불가피

이용 불편하고 국내 산업 역차별

대통령이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가 당초 안대로 인터넷 성인인증 규제를 강행한다. 관련 업계는 청소년보호법의 무리한 적용으로 국민의 인터넷 이용에 불편이 따르고, 예외가 인정되는 해외 서비스사업자와 비교해 국내 산업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관련 정부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1일부터 멜론과 카카오뮤직, KT뮤직 등 음원 서비스 제공업체는 청소년 이용불가 콘텐츠를 대상으로 추가 성인인증을 시행할 예정이다. 19세 이하 이용불가 음악을 들으려면 하루에 최소 1회 이상 별도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여가부가 지난해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을 확정하고 법제처 유권해석을 거쳐 올해 초부터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인터넷 업계에 보내면서 압박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청소년 유해물, 일명 ‘19금’ 콘텐츠에 접근할 때마다 번번이 성인인증을 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지드래곤 등 유명 가수 노래를 들으려면 매번 인증이 필요하다. 성인 등급 영화와 웹툰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여가부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최초 가입 때 성인 여부를 확인하면 이후에는 로그인으로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로그인할 때 성인임을 증명했는데 성인 콘텐츠를 이용할 때마다 다시 인증하라는 지침은 지나치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가부는 아이디 도용 문제를 근거로 제시하는데 매번 인증한다고 이미 훔친 아이디를 안 쓸 청소년은 없다”며 “정상적인 이용이라면 1회 인증이나 매번 인증이나 결과는 같다”고 말했다.

여가부 정책 방향은 대통령 뜻과도 배치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제3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청소년유해물을 보기 위해 매번 인증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며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가부 제재가 유독 인터넷 업계만 향하는 것도 문제다. IPTV도 똑같이 19금 콘텐츠가 유통되지만 매번 성인인증을 하지 않는다. 해외 서비스와 역차별도 생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성인인증을 강화해도 여가부 조치에 따르지 않는 해외 서비스에선 인증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국내 동영상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유튜브를 배제한 제재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여가부 조치는 사후 모니터링을 거쳐 부적절한 콘텐츠 삭제를 요구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규제 속에 국내법을 따르지 않는 해외 서비스만 이득을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물을 음란물처럼 취급하며 성인인증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며 “인터넷 업계 역시 청소년 보호에 적극 협력해 왔지만 이번 여가부 조치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음원 업계와 달리 포털은 당장 여가부 조치를 따르지 않을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툰다는 각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산업 발전을 위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