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양두구육(羊頭狗肉)

[관망경]양두구육(羊頭狗肉)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양 대가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거짓말 혹은 속임수라는 말로 회자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임 원장 공모가 한창인 가운데 양두구육이 아닌지 의심된다. 형식은 공모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 달 5일 공모 마감을 앞두고 기업 출신 인사 등이 원장 후보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인물이 낙점됐다는 소문이 파다해 KISA 원장 공모가 ‘무늬만 공모’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정인을 위한 요식 절차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차기 KISA 원장을 정치권 출신 인사로 낙점함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모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낙점설’이 나오는 자체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낙점 인물의 자질도 논란이다.

정치권 인사라는 점은 물론이고 그간의 이력과 정보보호·차세대 인터넷 주소 등 KISA 핵심 업무와의 연결고리는 전무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직자의 낙하산 관행은 차단하고, 정치권 보은 인사를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낙점 시도는 KISA를 관할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의지와도 배치된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취임 이전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KISA 원장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소신을 피력했다. 최 장관이 취임 이후 소신을 바꿨을 리 만무하다. 낙점 인사의 배후가 최 장관보다 높은 곳(?)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KISA 원장직은 인터넷 진흥과 정보보호 업무에 해박한 전문가가 제격이다.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정치권 인사 낙점은 현 정부가 스스로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비난과 질타를 초래하는 시발점이 될 게 자명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