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경 규제, 국내 산업 반사 이득 호재 기대감 ↑

심각한 대기·수질 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이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서 현지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기업에 일시적으로나마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우리 화학·가공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염료 산업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염료 산업은 1980년대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70%에 달한다. 강산을 다루는 사업 특성상 폐수처리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1980년대 섬유산업 발전과 함께 고속 성장해온 중국 기업들 중에는 처리 시설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곳이 많다.

이들 기업이 규제 영향으로 사업을 축소하다 보니 그동안 폐수 처리를 엄격히 해온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경인양행·오영산업 등의 염료 사업이 성장세다. 게다가 최근에는 염료가 섬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성장성까지 갖췄다. 진단용 시약이나 특수 잉크 등이 그 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강화유리 가공사업도 비슷한 경우다. 강화유리를 연마·절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분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강화유리 가공 사업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된다. 환경 오염 문제가 없는 레이저 절단 방식은 레이저 소스의 가격이 비싸 잘 활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샌딩이나 워터젯 방식이 주로 사용되지만 심각한 분진을 발생시켜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거나 케미컬 공법이 시도되고 있다. 자동화 기기는 분진을 모아 따로 처리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면서 효율이 높다. 최근 중국에서 이 같은 국내 자동화 장비들을 구매하는 추세다. 또 케미컬 공법에는 불산이 사용되기 때문에 기존에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해온 국내 기업들도 더불어 수혜를 입고 있다.

규제와 시민들의 반대도 중국 기업의 화학 투자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화학 산업 전체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과잉투자가 글로벌 산업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환경 대응책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은 과잉 투자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 인건비를 비롯해 원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환경 기준을 맞춘 중국 기업들이 나온다면 경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환경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중국 기업들도 노하우를 쌓아갈 것”이라며 “그 사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