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때아닌 불청객 가을 적조, 원인과 대책은?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를 즐기는 동안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때 아닌 가을 적조가 남동해안을 덮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예년보다 늦은 적조 발생 시기, 가을 장마와 높은 일조량 등이 가을 적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적조는 이달 말까지 남동해안 중심으로 지속될 전망이어서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올해 적조는 지난 7월 남해안에서 처음 발생했다. 산발적인 피해가 지속되다 추석 직전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달 26일 이후 지금까지 남해·통영·거제 해역에서 200만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남해안은 지난 2일부터 적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적조가 남해안을 거쳐 남동해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 포항, 영덕, 울진 등에서 적조주의보와 경보가 잇따라 내려졌다. 양식장의 물고기 수만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도 확산 일로다.

가장 큰 원인은 예년보다 늦은 적조 발생 시기다. 가을 적조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적조 시작이 늦어 소멸도 늦어지는 경우, 적조가 예상보다 일찍 소멸돼 가을께 다시 발생하는 경우다.

올해는 주의보 발령 시기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3주가량 적조 발생이 늦었다. 지난해 첫 적조주의보는 7월 17일, 올해 첫 적조주의보는 7월 31일 내려졌다. 적조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통영과 거제 수역을 기준으로 잡은 발생 시기는 8월 4일로 더 늦다. 통상 3~4주 정도 되는 지속 시기를 감안하면 적조 발생이 늦어 소멸도 늦어진다고 볼 수 있다.

늦은 장마도 적조 순환을 늦춘 주범이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올해 8월 강수량이 지난해 3배였다”며 “강우가 계속 유입되며 8월 초에 발생한 적조가 그대로 머물러 확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적조가 퍼지지 않고 멈춰 있다가 9월 초 장마가 끝나자 급속히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장마 직후 증가한 일조량이 더해지며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적조는 바닷 속 플랑크톤이 급속히 번식하며 생기는 현상인데, 일조량이 많으면 플랑크톤 먹이인 영양염류 번식도 빨라져 확산이 빨라진다.

늦게 시작한 적조, 예년보다 많았던 8월 강수량, 강수 직후 일조량 증가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 가을 적조가 확산된 셈이다.

적조는 이번 주 절정에 달한 뒤 9월 말쯤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9월 하순 수온이 22도 정도로 떨어질 전망인데, 이 환경에서는 더 이상 플랑크톤이 번식할 수 없다. 한 해역에서 적조가 지속되는 시기도 평균 3~4주 정도로 9월 하순과 맞아떨어진다.

현재 해류 영향으로 남해안에서 발생한 적조가 동해안까지 퍼졌지만 더 이상 북상할 가능성 역시 낮다. 이 연구관은 “남해안 적조는 조류 영향을, 동해안 적조는 해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조류에 비해 해류 흐름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적조가 머무르는 시간 역시 짧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해안에 발생한 적조 수명이 남해안보다 짧기 때문에 북상 여지도 적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관은 또 “가을 적조의 피해가 여름 적조보다 적거나 많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올해 적조 지속 기간이 40일 정도로 예년보다 길어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황토가 적조 피해를 줄이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비롯한 적조 생물을 죽일 수 있는 물질은 20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물질이 유해물질이라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바다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적조 확산을 막으려면 황토를 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적조 자체가 영양염류·플랑크톤 간 생태계 균형을 맞추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양식을 하지 않는 해외에서는 별도 방재를 하지 않기도 한다.

바다와 달리 어류 질식사가 문제가 되는 육상 양식장에서는 액화 산소 공급, 산소발생기 활용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피해가기는 어렵지만 식물성 플랑크톤 번식량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미리 대비 체계를 갖출 수는 있다. 올해 주의보 발령 기준을 강화하고 종류를 세분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적조 생물 밀도가 밀리리터(㎖) 당 300개체 이상일 때 적조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올해는 100개체 이상이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적조생물 밀도가 ㎖ 당 10개체 이상이면 내려지는 적조관심(출현) 주의보도 신설됐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수준이지만 대비 체계 점검 차원에서 발령한다. 적조 경보는 ㎖ 당 1000 개체 이상인 단계로, 지난해와 같은 기준이 유지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