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관피아 `풍선효과`

[관망경]관피아 `풍선효과`

정부부처 산하기관장 인사가 몇 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인한 ‘관피아’ 논란이 원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전과 다른 인사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고위 공무원이 선호하지 않던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자리가 인기를 끌고 교수 출신의 약진도 눈에 띈다.

기획재정부도 산하기관으로 인사가 막히다 보니, 최근 4명이나 시도의 부시장과 부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자체는 중앙부처와의 연결고리가 생기다 보니 나쁠 것 없다고 하지만 결과를 볼 때 옮길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만들어 움직인다. 사실상 ‘임시직’이나 다름없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다른 부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몇 개월째 공석이던 한국표준협회장에 교수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다양한 인사가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교수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전문성 등을 우선 고려했겠지만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후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자리뿐 아니라 최근 각종 기관장에 교수 출신이 가고 있다. 관료가 빠진 자리를 교수가 채울 것이라는 농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어느 공무원은 이런 상황을 두고 ‘막다른 골목(?)’에서 벌어지는 인사라고 말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차선의 선택이라는 표현이다.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면 ‘김영란법’ 등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논리도 숨어 있다. 몇 개월 공석인 자리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의 산하기관장 임명을 당연시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하고 타 직종의 능력 있는 인물을 찾는 작업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융통성 없는 잣대를 적용해 기관장 공석이 장기화되고 업무 차질이 있다면 좀 더 빨리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관료 출신은 안 된다는 것보다는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직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찾아야 한다. 흐르는 물을 막는 것보다는 물길을 바꾸는 게 순리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