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 글로벌 넘버원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해양플랜트….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산업이다.

글로벌 1등 제품이 많을수록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강해진다. 수출 경쟁력이 커지면 국가 경쟁력도 강화되고, 세계 시장 주도권도 한층 높아진다. 정부가 글로벌 1등 제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이유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위상은 몇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64개, 순위로는 14위다. 지난 수년간 점유율 1위 품목수는 크게 늘지 않았고, 순위 변동도 없었다. 반면에 1위인 중국은 1485개로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제조업 강국인 독일(2위·703개), 미국(3위·603개), 일본(4위·231개)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세계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경험적 교훈으로, 더욱 처절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1등’을 경험한 바 있는 대기업은 ‘1등 DNA’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고, 한번도 1등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한 중소·중견 기업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시금 경제 부흥을 일궈내기 위해선 세계 1위 제품이 다수 만들어져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강소 기업에서도 1등 제품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 ‘1등 DNA’ 확산에 총력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성공 신화’를 기반으로 소니와 애플을 꺾고 TV·휴대폰 시장에서 각각 정상 자리에 올랐다. 삼성은 이 같은 1등 DNA를 전 계열사에 전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삼성전자 출신 인사로 포진된 것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은 세계 1위 제품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5대 신수종 사업(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전지, 태양전지)도 이런 맥락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장 ‘핫’한 사업 영역이다.

LG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등 제품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G3’의 상승세에 이어 스마트워치·태블릿PC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인 LG화학과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사업 확대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승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SK 역시 계열사별 1등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특히 SK하이닉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내년 경기도 이천 공장에 신규 팹이 완공되면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중견 기업의 글로벌 1등 전략은 틈새시장 ‘차별성’이다. 대기업이 나서기엔 시장 규모가 작은 영역에서 기술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분말 자성 코아 분야 세계 1위인 창성은 기존 생산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새로운 공정 기술을 적용해 보다 입자가 규칙적이면서 둥근 입형을 만들어내 차별화했다. 특히 독자 개발한 제조기술을 통해 기존 외산 업체가 20단계에 걸쳐 제조했던 코아를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단기간에 글로벌 1등 자리를 차지했다.

소재업체 상보는 올해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터치 센서를 세계 처음 상용화했다. 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키코 사건과 경기 불황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하지만 신소재 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몰두한 결과 세계 최초로 CNT 기반 터치 센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결국 살 길을 찾았다.

김상근 상보 회장은 “국내 소재기업 중에서도 세계 처음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만큼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 기업 모두 고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를 ‘1등 무기’로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월드베스트’ 제품 탄생에 적극 지원해야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경쟁력이 뒤처진 산업 분야의 글로벌 순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웨어(SW)와 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1위지만 관련 주요 SW의 대부분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글로벌창조 SW 등 글로벌 1등 SW 만들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초중고 교과과정에 SW 교육까지 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SW가 영어만큼이나 중요한 21세기 언어이자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소재 산업에선 ‘창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이 내년 착수된다. 이 연구개발 사업의 목표는 ‘세상에 없는 신소재’ 개발이다. 기존 소재에서 변형된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소재를 만든다는 각오다. 오는 2024년까지 정부 예산만 약 306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선재 한국연구재단 단장은 “창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은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 대한민국의 소재기술 위상을 갖추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업은 원천특허를 창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