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름다움

[미래포럼]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름다움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가 흥행이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옛 명성을 잃은 스타 음반프로듀서와 남자 친구를 잃은 천재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이 영화가 흥행을 하는 것은 두 주인공이 삶에서 최악의 슬럼프를 딛고 일어나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자신들이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 정책에 따라 창업 열기로 다시 뜨거워져 2000년대 초 벤처 열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미래부를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 정책도 과거의 벤처 거품에 따른 부작용과 정책적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실패 경험을 재도전의 기회로 제공할 수 있는 건전한 재도전 창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효성면에서 볼 때, 고질적인 부처 간 이기주의가 여전하고, 유사·중복성 있는 정책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마저 결여돼 창업환경은 여전히 불안한 분위기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청년창업보다는 생계형 퇴직창업 비중이 아직도 높으며, 대기업의 독과점과 시장에 대한 자유경쟁 여건이 미흡한 실정이다. 창업 인프라 또한 교육이나 사무실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지원 환경을 제공하는데 그칠 뿐, 창업기업이 실제로 필요한 기업경영 노하우나 제품 판로 지원 등 소프트웨어적인 지원 정책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더욱이 정부의 투자확대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의 보수적 경향은 변함이 없다. 이로 인해 M&A, 코넥스와 코스닥 상장 등 기업의 IPO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투자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창업은 원래 실패확률이 높은 반면에 고위험에 비해 고성장 특징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도 창업기업의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기술가치 위주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M&A 시장 활성화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창업국가들의 핵심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M&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 규모도 미미한 실정이다.

이러한 불안함이 우수 인력의 창업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창업을 하고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수많은 실망과 좌절,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리고 절망과 실패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건강한 창업환경은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재도전자에게 실패를 이겨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실패자라는 부정적인 인식 전환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비긴 어게인’에 나오는 노래처럼 이 세상은 길 잃은 별들로 넘친다. 길 잃은 별들의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해 보이는 것에서 진주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상하·갑을 관계가 아닌 동반자·동행 의식이 퍼져야 한다.

희망이란 절망 속에서 도전과 재도전을 반복함으로써 싹튼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가 필요한 시대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신용태 숭실대 SW특성화대학원장(컴퓨터학부 교수) shin@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