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사파이어, 세계 첫 CZ공법 8인치 사파이어 잉곳 개발 성공…중국서 기술 ‘눈독’

국내 중소기업이 대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업체들까지 포기했던 초콜라스키(CZ·Czochralski) 공법을 적용해 8인치 대구경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주류 기술인 키로풀로스(KY·Kyropoulos) 공법보다 생산성이 두 배 이상 뛰어나 주목된다. 향후 이 회사의 대규모 양산 성공 여부에 따라 사파이어 잉곳 기술의 판도도 뒤바뀔 전망이다.

엔씨사파이어가 성장시킨 8인치 대구경 사파이어잉곳.
엔씨사파이어가 성장시킨 8인치 대구경 사파이어잉곳.

엔씨사파이어(대표 노서준)는 최근 CZ 공법으로 8인치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 성공해 중국 업체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사파이어 잉곳은 원재료인 산화알루미나에 높은 열을 가해 결정을 생성한 뒤 서서히 굳힌 원통형 기둥을 일컫는다. 잉곳을 가공해 원기둥으로 만들면 로드가 되고, 로드를 슬라이스로 자르면 웨이퍼가 된다. 주로 발광다이오드(LED) 원소재와 스마트폰 커버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2~4인치 수준의 사파이어 잉곳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엔씨사파이어는 지난 2011년 사파이어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이 회사 역시 처음엔 KY 공법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공법으로 CZ를 택했다. 이 회사는 애초부터 다른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대구경 8인치용으로 핫존과 도가니(Crucibl)를 자체 설계해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

기존 KY 공법 대비 소비전력을 25㎾/h로 크게 낮춘 데다 잉곳 생성 기간도 7일 내외로 단축시켰다. 통상 잉곳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는 15일 길게는 25일 정도 걸린다. 사파이어의 품질을 좌우하는 투명도도 뛰어나다. 특히 이 회사가 생산한 잉곳에는 버블(거품)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투명도를 자랑한다. 노서준 사장은 “독자 보유한 기술은 다른 공법과 달리 구경이 커질수록 제품의 품질이 더 좋아진다”며 “제품 품질은 ‘핫존’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내외에서 샘플 제품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8인치 잉곳은 아직 가격도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 기존 6인치가 ㎜당 40~50 달러 수준인 데 비해 8인치는 최소 5~10배 이상 고가다.

현재 이 회사는 중국 지방정부 및 글로벌 업체들과 해외 공장 설립을 위해 현지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 중이다. 중국 공장에서는 잉곳·로드·웨이퍼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노 사장은 “100년을 지배해 왔던 KY 공법보다 훨씬 수율이 높고 전력 효율도 좋은 기술을 확보했다는 게 기쁘다”면서 “8인치 사파이어에 이어 향후 10인치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