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길치 천재

[관망경]길치 천재

오래전 선배에게서 윤송이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사장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SK텔레콤 근무 당시 여의도에서 만났던 윤 이사장이 강남 집으로 가는데 을지로를 거쳐 가더라는 것이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로 가면 가까운 거리를 한참 돌아간 셈이다. 길눈이 어두워 평소 다니던 길로 가기 위해 출퇴근 때 익숙한 출발점으로 되돌아간 윤 이사장의 길 찾기 방법이었다고 한다.

지능지수(아이큐) 210의 천재로 불렸던 김웅용 신한대학교 교수도 최근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길치라며, 길이 세 번 꺾어지면 모른다고 해 화제가 됐다.

윤 이사장이나 김 교수는 우리가 말하는 천재다. 길눈이 조금 어둡다고 그들을 천재가 아닌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길눈에 어두운 특징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천재성을 더욱 부각시켜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사건, 기업에서도 우수하거나 훌륭한 이면에 작은 흠이나 실수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전체의 맥락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면 과정의 실수나 작음 흠결은 어느 정도 인정해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 국회의 가장 큰 업무 중 하나인 국정감사 일정이 계속 미뤄진다. 9월 시작하기로 했던 국감은 10월 초를 넘겨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장기 공전이 계속되는 정치권과 나라 전체가 상대방의 ‘길눈 어두움’을 필사적으로 찾아내서 바보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 시점에서 천재성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려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우리 사회가 ‘길치 천재’를 바라보는 것처럼 상대방이나 기업, 사건 등을 좀 더 큰 그림에서 평가하고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물론 역으로 길눈만 밝은 바보도 존재한다. 이 또한 바로 봐야 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