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기술 혁명으로 노벨상 받은 `청색 LED`

올해 노벨과학상 최고 화제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로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세 명이었다. 아카사키 이사무·아마노 히로시 일본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산타바바라) 교수 모두 일본 출생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지만, 기초과학 분야가 아닌 실용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들이 개발한 청색 LED의 파급력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얘기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 성과를 “램프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횃불, 백열전구, 형광등, LED를 차례로 열거하며 조명을 세대 별로 나눴다. LED가 조명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는 점을 나타낸 수상 결과 발표다. 페르 델싱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은 수상자를 발표하며 미리 준비한 LED 램프를 켜 보이는 한편, 스마트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이들의 연구성과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LED는 오늘날 우리 생활 깊숙이 녹아 있다. 스마트폰과 램프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전광판 등 광원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기존 조명을 대체해나가는 중이다. 가전뿐만 아니라 가로등, 신호등 같은 공공 조명까지 LED로 갈아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백열등 전구의 생산·수입을 금지해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세대교체의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효율이다. 전기 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기 때문에 적은 전기로 빛을 얻을 수 있다. LED는 에너지 효율이 5%밖에 되지 않는 백열등과 형광등에 비해 최고 90%까지 에너지를 절감한다. 친환경·고효율 광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유럽 주요 국가의 LED 조명 점유율도 2020년 7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작고 무게가 가볍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수십인치 디스플레이를 가벼운 무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벽걸이 TV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기존 전구처럼 대형·대광량 제작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지만 대면적 제작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LED는 칼륨, 인, 비소 등을 재료로 한 다이오드드로, 전류를 흘리면 빛을 내는 반도체다. 인화칼륨을 재료로 하면 빨간색, 칼륨인을 재료로 하면 녹색 빛을 낸다. 1968년 미국에서 적색 LED가 처음 개발됐고, 황색과 녹색도 잇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은 90년대까지 난공불락으로 남았다. 질화갈륨(GaN)을 이용하면 파란색 빛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알려졌지만, 실제로 쓰일 만큼의 효율을 얻지 못했다.

노벨상 수상자 3인방은 LED 조명의 ‘마지막 퍼즐’을 찾아낸 셈이다. 빛의 3원색이 적·녹·청(RGB)이기 때문에, 청색 LED가 없으면 백색광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청색 LED 효율을 10%대로 끌어올린 이들 덕분에 본격적인 LED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현식 동국대 반도체학과 교수는 “이들 덕분에 실용화 가능한 청색 LED의 발광 효율이 처음으로 달성됐다”며 “질화갈륨 반도체가 파란색 빛을 낸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실제로 쓰일 만한 효율로 고품질 박막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당시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명은 열로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면서도 밝은 빛을 내는 쪽으로 진화해왔다”며 “LED가 현재 그 정점에 있는 만큼, 이번 노벨상은 기술 혁명으로 받은 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출생 과학자 세 명이 나란히 노벨상을 받으면서 과학자 개인의 사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셋 중 가장 어린 아마노 교수는 아카사키 교수와 사제지간이다. 1983년 아카사키 교수 연구실에 합류해 대를 이어 LED 분야 난제를 해결했다. 노벨상 수상 후 “아카사키 교수를 만난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국적상으로는 미국인이다. 그가 국적을 옮긴 것은 역설적으로 청색 LED 개발을 둘러싼 잡음 때문이다.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에서 청색 LED를 개발했지만, 회사가 준 보상은 2만엔(약 20만원)이 전부였다. 그는 2001년 소송을 제기해 8억엔 상당의 보상을 받았지만, 조국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에서는 누구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며 “노벨상 수상 원동력은 분노”라고 말했다. 아카사키·아마노 교수가 청색 LED 연구 첫발을 내디뎠다면, 나카무라 교수는 상용화 돌파구를 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