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거꾸로 가는 국감

[데스크라인]거꾸로 가는 국감

국정감사가 열리는 요즘,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올해는 유독 뜨거운 이슈가 많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실효성 논란, 700㎒ 주파수 용도 공방 등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모처럼 일하는 국회를 보니 낯설기도 하지만 국민을 대신해 의원들이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바로잡아 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런데 초반 국감 현장을 지켜보면서 ‘이것은 아닌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죽 끓듯 변하는 조변석개(朝變夕改)에 새삼 놀라게 된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단통법을 적극 찬성하던 대다수 의원들이 반대로 표변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마저 느껴진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나 700㎒ 용도 공방도 마찬가지다. 현상과 곁가지에 매몰되면서 문제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먼저 단통법을 보자. 이른바 ‘호갱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들쑥날쑥한 휴대폰 보조금 때문에 차별받는 소비자(호갱)의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입법됐다. 막대한 보조금 경쟁으로 통신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폐단도 없애자는 취지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15명 가운데 213명이 찬성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대다수 의원이 불과 보름 만에 이 법을 다시 폐지하자며 입장을 바꿨다. 이유는 단통법 발효 이후 보조금이 줄자 소비자의 원성이 쏟아진 탓이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은 애당초 단통법에 대한 충분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돌아가자는 것은 다시 ‘호갱’의 피해를 방치하자는 직무유기적 발상이다. 과거로 돌아가 호갱 피해가 재발하고 여론이 악화되면 다시 제2의 단통법을 제정할 것인가. 완벽한 법이 없다면 어떻게 보완하고 개선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감청 논란의 발단은 사정 당국의 무분별한 프라이버시권 침해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의원들은 이를 거부하겠다고 한 카카오 경영진을 질타하는데 혈안이 됐다. 프라이버시권은 헌법 제17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이버 망명 행렬’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회는 카카오 경영진의 법 준수 의지를 논하기 전에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부터 규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재인 700㎒ 주파수 활용은 이해당사자들보다 국민의 혜택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세월호 사태 이후 국민 안전을 위해 재난망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가장 주파수 효율이 높은 700㎒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 생명보다 방송사나 통신사의 입김에 휘둘리는 사람을 우리는 더 이상 국회의원이라고 부를 수 없다.

국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마지막 보루다.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실상 국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이상 거꾸로 가는 국감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게 국민의 염원이다.

장지영 정보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