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크라우드펀딩 법제화로 기술벤처에게 자금조달 숨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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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크라우드펀딩 법제화로 기술벤처에게 자금조달 숨통을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될 스마트워치 시장. 삼성은 갤럭시기어를 일찌감치 내놓았고 애플은 애플워치를 내년 초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하는 이 시장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는 기업으로 페블테크놀로지가 있다. 페블은 스마트폰에서 받은 메시지를 표시해주는 스마트워치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2011년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현재 제품을 생산해 세계에 판매하지만 여전히 130여명 안팎의 인력으로 구성된 작은 기업이다.

아직 매스마켓에서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기술과 시장의 성공가능성을 짐작하기 힘든 가상현실기술. 올봄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장비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00여명의 인원 대부분이 엔지니어인 오큘러스는 개발기간이 계속 길어지면서 여전히 프로토타입 수준의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과 함께 갤럭시노트와 연동되는 기어VR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상용제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페블과 오큘러스, 두 벤처기업은 여러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첫째, 2011년 즈음에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이다. 둘째, 기술과 시장이 불확실하지만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기술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셋째, 신문지상에서 쉽게 이름을 발견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넷째, 이러한 인지도 뒤에는 킥스타터의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한 개발자금의 모금이 있었다. 이를테면 설립 초기에 자금부족으로 고전하던 페블은 2012년 킥스타터에서 목표액인 10만달러를 훌쩍 넘긴 1000만달러 모금에 성공하면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일약 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름 그대로 일반 대중이 스스로 좋은 투자처를 찾아내 소액을 투자하는 개념이다. 돈이 필요한 벤처기업이 왜 돈이 필요한지, 자신에게 투자하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대중은 소액의 자금을 제공하며, 목표액을 달성하면 실제로 벤처기업에 투자금이 전달된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는 페블, 오큘러스 등 많은 기술벤처기업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2000개의 기술프로젝트에 2억달러의 투자가 성사됐다. 영화, 게임, 예술 등의 분야까지 합하면 킥스타터를 거쳐 공급된 자금은 무려 13억달러에 이른다.

페블과 오큘러스 사례에서처럼 크라우드펀딩은 개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 기술벤처기업에 좋은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벤처가 가진 기술과 제품의 잠재력을 세계의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된다.

앞서 오큘러스는 킥스타터에서 240만달러의 모금을 성공한 이후 전문투자자로부터 9000만달러의 후속투자를 받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이 벤처기업의 기술을 평가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시장성을 시험하는 지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앞다퉈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함으로써 벤처생태계 육성을 도모하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미국은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접근성 확대와 자금조달 대중화를 목표로 2012년 잡스법을 통과시키면서, 온라인을 통한 증권발행의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기본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 법안의 기틀을 제시했다. 일본 역시 지난 5월 미국의 잡스법과 유사한 법안을 가결함으로써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자금조달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발빠르게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개개인이 벤처기업의 우수성을 평가하고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의견교환이 활발한 사회시스템, 안정적인 금융 및 네트워크 인프라, 대중의 높은 교육수준 등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위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크라우드펀딩을 구축하고 활성화하기에 용이한 국가다. 최근 창조경제 어젠다를 통해 창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환경에서 크라우드펀딩 도입으로 우리 창업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유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yurijo@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