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미래엔 이런 것이 없다

[미래포럼]미래엔 이런 것이 없다

인터넷의 파급력과 정보화 위력을 일찍부터 통찰했던 우리나라는 1994년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렇게 ‘IT코리아’ 기치로 정보화 강국 전략을 펼쳐온 지 20년, 벌써 성년식을 치를 나이가 됐다. 얼마 전 유행했던 ‘응답하라 1994’ 속에 비쳐졌던 과거 추억 속에 나올 법한 구시대적 기술제품들은 급속한 IT 발전과 함께 우리 곁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가고 있다.

삐삐, 버튼이 화려한 슬라이드식 핸드폰, 브라운관 TV, 모든 컴퓨터마다 붙어 있던 수많은 인터넷 선들, 버스 토큰과 지하철 회수권, 비디오 가게, 길보드 복제 카세트, 광학 카메라와 필름….

물론 그 사이에 새롭게 생겨나서 이제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도 수없이 많다.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앱, 내비게이터, 스마트 홈, 와이파이(WiFi), LTE, CCTV, 블랙박스, 로봇청소기, LED TV, 인터넷쇼핑, TV홈쇼핑, 대형마트, 24시간 편의점, 이러닝, 동영상 강의, 사이버 대학교, 실내골프장….

과거 ‘언제든 어디든 어떤 기기든(Anytime, Anywhere, Anydevice)’의 슬로건을 내걸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e비즈니스의 신화는 어느덧 시들해졌고, 그후 유비쿼터스, 스마트 등의 키워드를 들고 IT 신화를 재현해보려 했지만, 그 비슷비슷한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제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IT의 청사진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과연 이 패러다임이 시장과 사회, 삶과 문화 속으로 어떻게 파고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초연결의 사회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터넷 기반에서 정보의 양(야후, 라이코스 등)을 중시했던 ‘정보 사회’에서 정보의 질(구글, 네이버 지식인 등)을 갈망했던 지식 거래 시장으로, 그후로는 관계의 갈증(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달래주었던 ‘소셜네트워크 사회’에서 이제 그 관계의 질을 통해 가치창조를 추구하는 ‘초연결 사회’로 달리고 있다. 이를 가속화할 핵심 기술로는 ICBM(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기술을 꼽고 있다. 초연결은 그 연결의 대상 관점에서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시·공간적 거리를 잇는 초연결(physical hyper-connectivity)이 있다. 급속한 통신인프라와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전이 이를 가속화할 것이다. 미래엔 사무실 인테리어를 해치는 복잡한 코드가 사라질 것이다. 오토바이 택배는 드론이 대신할 것이고, 카드를 갖다 대는 그 많은 태그기와 게이트가 사라질 것이다.

기름을 넣는 주유소는 사라지고 도로상에서 자연 충전되는 자동차 세상이 올 것이다.

둘째, 관계적 고립을 잇는 초연결(relational hyper-connectivity)이 있다. 보험사에 의존적인 보험 상품들은 동네 ‘보험 슈퍼마켓’을 통해 자유롭게 골라 살 수 있게 돼 방문보험사가 사라질 것이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건강정보는 빅데이터로 축적·분석돼 의료진과 헬스트레이너, 영양사 등의 코칭이 통합적으로 연결돼 찾아가야 하는 진료실은 사라질 것이다.

수많은 관계의 소통을 도와주는 SNS의 개방성은 실질적인 가치와 나의 품격을 높여지는 폐쇄적인 관계들로 세분화될 것이다.

셋째, 분산과 협업의 창조적 집단지성을 잇는 초연결(creative hyper-connectivity)이 있다. 전 세계 언어가 각 나라 현지 사람들의 분산과 협업으로 신속·정확하게 번역되는 집단지성의 초연결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이다. 중앙집중식 대형 제조사들은 대거 사라질 것이며, 그 자리는 동네 슈퍼마켓처럼 ‘제조편의점’에서 3D프린터로 다양한 맞춤식 물건을 직접 제조하게 될 것이다. 대신 다양한 ‘제조 레시피’가 거래되는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며, 수많은 재질의 원재료 공급망이 거대한 유통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미래를 ‘초연결’의 패러다임으로 상상하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사업화 전략을 위해 아주 즐거운 놀이가 아닐 수 없다.

장석호 연세대 지식정보화연구소 융합비즈니스센터장 sokoj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