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어느 공무원의 하소연

[관망경]어느 공무원의 하소연

“어쩔 수 있나요.” 요즘 공무원의 입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소리다. 최근 만난 모 부처 A 국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지지하는 서명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는 최근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단 이상 공무원 2213명을 대상으로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 동참 서명문’에 서명을 요청했다. A 국장은 “하긴 해야죠”라며 “우리보다 이제 막 공직에 입문한 후배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세종시로 이전한 모 부처 여성 사무관 B씨는 “아직 결혼을 못해 스트레스 받는 행정고시 동기, 선후배가 많다”고 말했다. 배우자 직업으로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인데 왜 인기가 없냐는 질문에 “월급이 많은 것도, 퇴근이 빠른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지역(세종시)을 감당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 A 서기관은 “우리는 파리 목숨”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년을 채우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작은 흠만 있어도 자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게 요즘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악질 민원이라도 생기면 잘못이 없어도 의심을 받고 며칠이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가는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조용히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업무 환경은 악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무원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연초 발표된 2014년도 행정고시·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경쟁률은 32대 1에 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에도 205명을 뽑는 지방직 7급 공개채용에는 2만6046명의 응시자가 몰려 평균 1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직 9급 공무원 경쟁률도 19.2대 1로 작년(16.8대 1)보다 높아졌다.

인재가 안정 때문에 공직에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공무원의 안정성을 뒤흔들어 피해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총 96만명의 공무원 개개인도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