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송년회 시즌, 간 건강 지키려면

1년 중 가장 약속이 많은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모임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기기도 하다. 최근 송년회를 시작하는 시기가 앞당겨지며, 이미 지난달부터 송년회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면 술잔이 오가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많아진다. 연이은 송년회 강행군으로 간은 쉴 틈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최대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 음주 방법을 권한다.

◇인체에 치명적인 과음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위에서 10~20%가 흡수되고, 나머지는 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알코올은 간에서 두 단계에 걸쳐 분해된다. 우선 알코올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술을 마신 뒤 얼굴이나 피부가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기능이 약한 체질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술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술 마신 뒤 발생하는 두통, 구토 등의 숙취 증상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쌓여서 발생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단순한 숙취 유발 물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숙취는 물론이고 심혈관질환, 간질환,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특히 종양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알코올 40g 이하, 여성의 경우 20g 이하를 섭취하는 것이 간 손상을 피할 수 있는 적정량이다. 술로 환산하면 남성은 소주 반병, 여성은 2잔 정도다. 이를 넘어가면 간이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연속된 음주도 피해야 한다. 건강한 간이라고 해도 음주 후 완전히 기능을 회복하는데 통상 72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한번 음주 후 최소 3일은 쉬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공복 피하고, 물 많이 마셔야

건강 음주법의 시작은 공복 상태에서의 음주를 피하는 것이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벽을 자극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알코올의 흡수도 빨라진다. 음주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고, 부득이한 경우 우유를 한잔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실 때 물도 충분히 마셔주는 것이 좋다.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으로 술을 적게 마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위와 장 속의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알코올 흡수도 늦출 수 있다. 물은 알코올 분해도 도와주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섭취를 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신 술의 10% 정도는 호흡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음주를 위해서라면 여러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를 가급적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소주와 맥주, 소주와 양주 등을 섞어 마신다. 3가지 이상의 술을 섞어 마시는 경우도 있다.

폭탄주는 서로 다른 술의 다양한 첨가물이 혼합되는 만큼 숙취를 더 많이 유발할 수 있다. 맥주처럼 탄산가스가 포함된 술은 장에서의 알코올 흡수를 빠르게 한다.

폭탄주 농도는 보통 10~15% 사이로, 알코올 흡수에 최적화된 농도다. 폭탄주 알코올 도수가 마시기 편한 도수로 바뀌기 때문에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시는 것도 부작용이다.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삼겹살이나 치킨 등 기름지거나 매운탕, 김치찌개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좋지 않다. 기름진 안주는 알코올 흡수를 늦춰 술을 많이 마시게 한다. 또 열량이 높아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고, 짠맛 때문에 술을 더 마시게 한다. 가급적이면 수분과 비타민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 간 대사에 도움을 주는 고단백 안주 등을 먹는 것이 좋다.

◇숙취 해소 돕는 음식 섭취

음주 다음 날에는 간 기능을 도와주거나,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 생성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알코올 분해과정을 돕거나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촉진하는 음식으로는 꿀물, 유자차, 녹차 등이 있다. 당분이 들어 있는 식혜나 수정과도 혈당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

속이 불편하더라도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좋다. 몸속에서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음주 후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면 분해를 위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소멸돼 저혈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해장음식으로 많이 찾는 짬뽕, 김치찌개, 라면 등 맵고 짠 음식은 위에 자극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이보다는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이 풍부한 콩나물국, 유해산소를 없애주는 메티오닌이 풍부한 북엇국, 간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타우린이 풍부한 조갯국 등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입안이 마르고 갈증이 나는 현상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이는 알코올로 인한 이뇨작용과 땀 배출 등으로 수분 부족 현상이 나타나서다. 이 같은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음주 중에는 물론이고, 음주 후에도 수분을 계속 공급해줘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