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방산정책·밑그림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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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부패에 국가안보가 휘청거리고 있다.

무기체계 획득 시스템이 엉망이 되는가 하면 국민의 생명과 영토를 수호할 군은 상처가 깊을 대로 깊어져 어디부터 치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영해에서 적과 싸워야 할 군 함정이 작전 도중 잦은 레이더 고장을 일으키기도 하고 현역·예비역 장교들의 군사기밀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사이언스온고지신]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방산정책·밑그림 다시 짜야"

국방부가 방위력 개선비 11조원과 전력운영비 25조원을 합쳐 한 해 국방비 36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군과 방산업체 간 유착과 부실 운영 등으로 무기획득시스템에 고장이 나면서 국방예산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대령 이상 전역장교의 40∼60%가 방산업체로 몰려가 군피아(군+마피아)로 활약하면서 부패·비리 시스템이 확대 재생산되는 모양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근 의원이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항해 중 레이더 장비 고장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작전 도중 고속정과 호위함의 레이더 고장만 80여 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심각한 상황으로서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지난달 서해 NLL을 넘어온 북 경비정과 교전하던 해군 유도탄고속정이 격파사격 도중 불발탄 때문에 후퇴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모두 군피아와 결합한 방산업체의 납품 비리 및 이에 따른 무기체계의 결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건 당시 부실장비 구입으로 진수식을 하고도 사고 해역에 투입되지 못한 해군 구조함 통영함 사건을 계기로 감사원과 검찰이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 간 유착 비리를 적발하면서 베일에 가려져 온 ‘군피아’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됐다. 실로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해군 통영함에 40년 된 2억원짜리 구형 불량 소나(수중음파탐지기)가 서류조작을 통해 41억원짜리로 둔갑돼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아 납품됨으로써 대형 무기중개업체를 중심으로 전직 해군참모총장, 방사청 팀장 등 해사 출신 고위 간부 등 군피아 실상이 고구마 줄기 엮이듯 나타나고 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급히 예산을 편성해 북한 잠수함(정)을 막고 구조 능력을 보강할 통영함, 소해함, 특수단정 도입을 추진했으나 일부 방사청 실무 담당자 중에는 자신의 지위를 활용, 방산업체에 특혜를 주면서 값싼 부실장비와 불량부품을 구입했던 것이다.

군사기밀 유출문제 또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처해있다. 기밀 유출은 현역여부와 계급을 초월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지난 2002년 차기 전투기(F-X) 1차 사업 당시에는 공군 대령이 방산업체에 사업계획을 전달하다 적발된 바 있고 2004년에는 해군 전력증강사업 과정에서 소령이 3급 기밀을 빼돌리기도 했다. 군의 성능개량 사업이나 외부 감시체계 기능과 관련된 기밀은 오랜 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한번 유출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이들이 빼돌린 정보는 외국의 방산업체로 흘러 들어간 후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는 설계와 운용·관리 등의 총체적 부실로 최첨단 무기인 K-2전차 등 주력 무기의 전력화가 수년간 지연되고 양산 물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지는가 하면, 1조원대의 국민혈세를 쏟아부은 이지스함 율곡이이함을 비롯해 아시아 최대 규모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과 국산 명품 무기로 선정된 K-21 장갑차 등 최첨단 무기가 제대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산업체의 고질적인 부정행위와 비리는 혈세낭비는 물론이고 국방력 약화에 따른 안보위험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의 약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비리근절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군으로부터 획득기관을 독립시키려 했던 방사청의 설립 취지를 잘 살려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혈세를 아끼는 방향으로 방산정책을 펼쳐야 한다. 방산·군납 비리는 군 전력을 약화시켜 이적행위로 볼 수 있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가장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일반 이적죄’에 준하게 엄히 처벌해야 한다.

둘째, 무기체계획득과정에서 기술개발 부분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ADD는 과거 40여 년 동안 국방관련연구를 훌륭하게 수행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무기체계획득과정에서 활용되면 장비의 부실화는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관피아의 방지와 고질적인 부패구조를 척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김영란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한다.

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lyh@ko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