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겨울 식중독 조심…노로바이러스 주의보

#지난달 26일, 전남 나주의 모 리조트에서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생 15명이 구토와 복통 등을 호소해 새벽에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이 보인 증상은 전형적인 급성 식중독 증세. 병원에 가기 전 대학생들은 리조트에서 다섯끼의 급식을 먹었고, 이날은 저녁식사 후 치킨과 피자 등 배달 음식을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밝혀진 이들의 병명은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이었다.

겨울철 식중독 비상이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발생하는 식중독과 달리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겨울철에 주로 발생한다. 나주 대학생 집단감염에 앞서 제주와 대전 지역에서도 식중독 의심 환자들이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연평균 38건이 발생했고, 이 중 약 45%인 17건이 겨울철에 발생했다. 피해 환자도 연평균 450여명에 달한다.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추운 날씨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가 소홀해지기 쉽고, 실내 활동이 많아져 사람간 감염이 쉽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조리과정 등에서 음식물 위생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겨울 불청객, 노로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는 음식물이나 물 등을 통해 섭취하면 사람에게 감염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장 관계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지난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워크 지역 집단 식중독 환자에게서 최초로 발견됐다. 노워크바이러스, 캘리시바이러스, 소형구형 바이러스(SRSV)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노로바이러스는 물리·화학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가지며,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하다. 실온에서는 10일, 10℃ 해수 등에서는 최대 30~40일까지 생존한다. 더구나 영하 20℃ 이하의 조건에서도 장기간 생존할 수 있어 겨울철에도 식중독을 유발한다.

미량의 노로바이러스만 섭취해도 질병을 일으키는 것도 특징이다. 노로바이러스 입자는 10개만 섭취해도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증상이 소멸된 뒤에도 2주간 전염이 가능한 강력한 감염력을 가진다.

실제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단체 급식 등을 통해 집단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람 간 감염도 집단 감염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음식물 섭취 후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구토, 설사, 복통 등 경미한 장염 증세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경우 1~3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소아나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경우 심한 구토로 인한 탈수가 발생하는 등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감염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주변 사람에게 전파하는 경우다. 환자 구토물이나 대변에는 다량의 노로바이러스 입자가 존재한다. 감염된 성인 환자 분변 1g에 약 1억개의 노로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돼 있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 분변 함유량보다 10배에서 최대 100배 이상까지 많은 입자가 있다. 마른 구토물 1g에도 약 1억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함유하고 있어, 손 등을 통해 사람과 사람간 2차 감염이 발생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예방하려면

노로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아 개인 위생 관리와 식음료 관리를 통한 예방 노력이 필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가열이다. 노로바이러스가 8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불활성화되어 사멸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충분히 가열해서 먹어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해 손에 묻으면 잘 제거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노로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외출에서 돌아온 후나 화장실 사용 후, 식사하기 전, 식재료 취급 등 조리 시작 전·후에는 반드시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가열 조리하는 음식은 중심부까지 완전히 익히고, 조리가 끝난 식품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채소, 과일 등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는 식품은 채소·과일용 1종 세척제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서 먹도록 한다. 오염이 의심되는 지하수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불가피한 경우는 반드시 끓여서 마셔야 한다. 어패류도 가급적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조리기구와 식기는 사용한 뒤 세척 후 열탕 또는 염소 소독하고, 주변 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닥이나 조리대 등은 물과 염소계 소독제를 이용해 세척·살균하면 된다.

조리자가 배탈, 설사, 구토 등 식중독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음식물 조리를 중단하고, 증상이 회복된 후에도 노로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기간인 2주 이상 조리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 간 전파가 쉽기 때문에 2차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곳에선 화장실 변기, 문고리 등 환자 구토물이나 분변이 묻을 수 있는 곳을 가정용 염소계 소독제로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오염된 옷이나 이불 등은 비누와 뜨거운 물로 가열해 세탁해야 감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고 이전에 감염됐던 사람도 재감염될 수 있다”면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가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 집단 급식소에서는 음식물 위생관리에 보다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