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암묵지

[관망경]암묵지

암묵지는 학습 혹은 경험을 통해 체화되는 주관적 지식을 말한다. 흔히 머릿속에 존재하지만 말 또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손맛’ 혹은 ‘솜씨’가 대표적 암묵지다.

개인처럼 집단도 암묵지를 가진다. 비록 보이지 않지만, 오랜 기간 학습과 경험을 통해 축적한 것이다. 집단이 공유하는 특유의 공감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싶다.

공공기관에도 기관장에 대한 암묵지가 회자된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기관장 출신 배경과 이력만으로 임기 동안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우선 관료 출신 기관장, 관피아는 전문성이 탁월하다. 하지만 규정과 절차, 서열과 위계를 지나칠 정도로 준수한다. 답답할 정도다. 그럼에도 생각과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분명하다. 기관 본연의 역할이 1순위다.

정피아는 전문성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전문성 부족은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 등으로 보완한다. 규정과 절차는 후순위다. 주무 부처도 뒷전이다.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있지만 권력과 연결고리가 확실한 만큼 기관장 본인과 기관 위상 제고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최악의 기관장은 교수 출신이다. 규정과 절차는 무시하기 일쑤다. 조직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사, 조직 운용은 중구난방이다. 당초 기대보다 전문성도 높지 않다.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주무 부처와 불협화음도 적지 않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진흥 기관 2곳의 기관장이 공석이다.

NIPA와 NIA가 공유하는 암묵지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발하는 게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미래부든 청와대든 낙점하고 그럴듯한 말로 설득할 게 아니라 현장이 원하는 인물을 임명하는 게 순리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