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금연과 증세

[관망경]금연과 증세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두 개쯤 목표를 세운다. 새해 목표 중 하나로 매년 빠지지 않는 게 ‘금연’이다. 담배는 웬만한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해 좀처럼 끊기가 어렵다. 인디언 전설에 의하면 추한 모습으로 태어나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소녀의 무덤에 자라난 풀이 담배라고 한다. 소녀는 숨을 거두며 “다시 태어나면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다”고 말했고, 바람은 현실이 돼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어렵다는 금연을 공언한 사람이 두 명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신문·방송은 애연가로 알려진 두 정부 수장의 금연 결심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이런 얘기가 뉴스거리가 된 것은 최 부총리와 문 장관이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 계획을 밝히며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한 꼼수증세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을 증명하듯 최 부총리와 문 장관은 ‘보란 듯이’ 새해 금연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금연에 크게 효과가 있다는 경고그림 도입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엇보다 작년 세수 펑크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정부는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재추진 중이다. 오직 건강증진을 위해서라는 정부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증세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세수가 늘면 정부 재정상태가 개선되고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증세라면 반대가 있더라도 추진하고, 다른 안전판을 마련해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명심할 점은 증세를 감내한 국민의 기대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재정건전성 개선은 물론이고 경기 부양과 구조개혁 어느 한 가지도 실패해서는 안 되는 과제다. 정부가 약속을 지킨다는 확신을 줄 때 국민은 흔쾌히 증세를 받아들일 것이다. 내년 이맘때는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두 장관은 여전히 금연에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본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