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주마가편

[관망경]주마가편

주마가편(走馬加鞭)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뜻이다. 통상 주변 여건이 좋거나 혹은 힘이 왕성할 때 힘을 더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방송사업자간 분쟁을 조정해 방송 중단 등으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방통위는 지난해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의결했고,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방통위 의지처럼 방송법이 개정되면 과거에 불거진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 등 블랙아웃은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청자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주마가편이라는 단어에는 잘하고 있을 때 만족하지 말라는 경계의 뜻도 포함돼 있다. 방통위가 진일보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족함이 분명하다. 합리적 대가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간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미래창조과학부와 공동으로 지상파 재송신 대가 산정을 위한 공동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순탄하지 않다는 후문이다.

합리적 대가는 사업자간 자율협정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간 상호 기여분에 대한 평가는 전제돼야 한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당사자간 합의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방통위가 합리적 대가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협상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방통위가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지상파 방송사에 특혜를 몰아준다는 비판에 휩싸인 방통위다. 지상파 방송사를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게 방통위에 쏟아지는 불명예를 일부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