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황호철 시그넷시스템즈 대표

“글로벌 전기자동차 충전기 시장 선두권에 만족하지 않고 새해에는 세계 1위 자리까지 탈환하겠습니다.”

황호철 사장이 1998년에 설립한 시그넷시스템즈는 독보적인 기술로 가격 경쟁력과 제품 완성도에서 글로벌 업계 부러움을 한눈에 사는 기업이다. 이미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 ABB·슈나이더·이튼 등과 경쟁에서도 전 세계에 가장 많은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그넷시스템즈는 닛산·기아·현대·혼다·포드 등에 전기차용 급속충전기를 공급한 데 이어 BMW·폴크스바겐 등과도 공급을 위한 제품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이중 일부 기업은 시그넷과 장기공급 등 큰 그림을 그릴 정도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일본 마루베니와 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미국·유럽 등 충전 인프라시장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전 세계 운영 중인 약 2만대의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중 10%가 이 회사 제품이다. 아직 선두가 가려지지 않은 초기 시장이지만 공급 물량은 이 회사를 따라올 기업이 없다.

[이사람]황호철 시그넷시스템즈 대표

지금의 성과는 황 사장의 고집스런 경영철학이 주효했다. 황 사장은 대우중공업에서 약 20년 동안 근무하며 배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회사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다. 황 사장은 “김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일본 유력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대우중공업의 성장을 높게 평가한 인사말에 대해 ‘스메끼리 777(쓰리세븐)’ 같은 제품도 없는 데 아직 칭찬받기엔 이르다”고 답한 그 때를 잊지 못한다고 떠올렸다. 이후 황 사장은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올인한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세계 1위 제품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게 됐다는 설명이다.

황 사장은 산업용 로봇 개발자 출신으로 전력공급장치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98년 창업한지 4년 만에 산업용 충전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핵심 충전 기술은 고주파 스위칭 알고리즘을 적용해 병렬연결이 가능한 모듈화 제품이다. 출력 안정화는 물론이고 적용 분야별 자유로운 제품 확장과 자동화 생산력까지 갖췄다. 양산에 따른 가격 경쟁력도 다른 제품에 비해 30% 저렴하고 제품 크기 역시 30%가량 작다.

황 사장은 “중소기업이지만 전기차 충전기 만큼은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앞으로도 산업용 충전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전력회사, 주유업계 등과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현장 충전인프라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새해는 한발 앞선 전문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황 사장은 “현지 문화를 잘 아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단순 공급업체가 아닌 시장 주도형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마루베니 등과 과금 및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제품으로 미국·유럽 등 충전비지니스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전력망과 연계된 V2G(Vehicle to Grid) 기능의 첨단 제품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