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소신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처음 회장에 취임해서 2~3개월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3년 가까이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되니 그동안의 보람이 떠올라 다시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달 3년간의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함정기 정보통신공사협회장은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돌이켜보면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함 회장은 40여년을 정보통신공사업에 몸담아온 이 분야 전문가다. 하지만 8000여 회원사를 이끄는 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도전사항의 연속이었다.
취임 첫 해인 2012년엔 공중선 사용료가 이슈였다. 기간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가 사용하는 전봇대와 공중 전선에 대한 사용료(점령료)를 부과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 함 회장은 국가에 사용료를 내는 대신 사업자와 지자체가 협력해 공중선을 지중화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함 회장은 “공중선을 지중화하면서 정비도 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5개년 계획이 수립돼 20개 시도에서 공중선 지중화 사업 추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실적공사비 적산제가 유예되도록 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 공사비를 근거로 신규 사업 공사비를 산출하는 실적공사비가 적용되면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됐다.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해 결국 2015년까지 유예가 될 수 있었다.
입찰제도 개선에도 힘썼다. 분리발주가 되지 않고 타 업종에 포함돼 발주되는 사업을 정보통신공사업으로 발주되도록 개선 활동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회원사 수주 물량 규모가 5400억원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함 회장은 “2013년 국군재정관리단과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군 통신공사 물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었다”며 “지난해 미래부와 함께 정보통신공사업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역량강화 방안을 마련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1971년 ‘전신전화설비공사업법(현 정보통신공사업법)’이 제정된 이후 정보통신공사업은 외형적으로 많은 발전을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업체가 영세 업체로 건설경기 불황과 맞물려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성을 높여 회원사들이 내실 있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향후 협회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함 회장은 “협회 회원사들이 단결하고 지금까지 협회가 해오던 일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정보통신공사 업계가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지속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