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세종청사 고공단의 고민

[관망경]세종청사 고공단의 고민

중앙부처에서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은 실·국장급 공무원으로, 장·차관과 서기·사무·주무관을 잇는 실무자이자 정책결정자 역할을 한다. 최근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고공단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 5년인 재직기간을 늘리고 직위와 직책을 분리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고공단 재직기간이 짧아 ‘실력발휘’가 어렵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된 만큼 이 처장의 발언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고공단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세종정부청사에서는 ‘업무 외 고민’부터 풀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통된 첫 번째 고민은 일·가정의 병행이다. 고공단은 상당수가 자녀 교육, 배우자 직장 문제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내거나 매일같이 서울과 세종을 출퇴근 한다. 비교적 자녀가 어린 4급 이하 공무원은 세종에 많이 정착했지만 고공단은 그러질 못했다. 7월부터는 출퇴근 통근버스마저 크게 줄어든다니 고민이 더 커졌다. “퇴근해도 서울 집에 못가고 혼자 원룸에 있다 보면 정말 우울해진다”는 고공단도 여러명 봤다.

정보 단절도 고민거리다. 주로 세종에 있다 보니 외부인과 접촉할 기회가 줄고 각종 모임에 참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통이 중요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부처는 특히 걱정이 많다. “기업인이 세종청사에 한 번 왔다 가려면 사실상 하루를 다 써야 하니 부르는 것도 미안하더라”는 어느 공무원의 말이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또 다른 고민은 부하 직원과 소통이다. 고공단은 국회 업무 등으로 서울을 오가는 출장이 시도 때도 없이 생겨 정작 세종에서 부하 직원과 얼굴을 마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저녁 회식을 하려 해도 직원의 퇴근 지역·형태가 각양각색이라 짧은 시간안에 마무리 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물론 이런 고민은 세종청사 시대 초기의 불가피한 시행착오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처방은 위험하다. 앞으로 수 년 동안 이들이 겪을 고통과 이에 따른 업무 효율 저하가 얼마나 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가 이런 문제에도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