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장

“창조경제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돈’버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장이 취임 2년 만에 이루어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돈’버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사상태’였던 기관 재정이 최근 더할 나위없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사람]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장

나노종합기술원은 2년 전만 해도 진퇴양난이었다. 자립갱생하라는 정부 압박은 거셌다. 빚내서 임직원 월급을 줘야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임직원은 지칠대로 지쳤다. 나노관련 장비가 수천억원 어치나 됐다. 하지만 제값 받고 빌려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관의 공공기능 때문에 마냥 사용료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 곳에서 꼬여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KAIST에가서 돈 달라고 졸랐지만, 거기도 어렵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정부부처에 매달렸습니다.”

이 원장은 발에 땀이 나도록 정부부처 이곳저곳을 뛰고 또 뛰어 다녔다.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국 나노팹 실상부터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산학연 서비스는 장비 구축이 전제돼야 하고 장비가 없으면 존재 의미도 없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확보한 예산이 지난해 30억원, 올해 57억원이다. 이 원장 덕에 나노종기원은 이제 굶을 걱정은 덜었다.

“나노장비 활용방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유형별 장비 구입 전문가단을 구성해 합리적인 구매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기만 해도 한해 90억원 정도 절감될 것이라는 셈이 나왔습니다.”

장비 중심에서 시설 중심으로 클린룸 운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특정 시설에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연구팀이 참여하는 식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대략 1000억원 예산 절감이 이루어질 것으로 이 원장은 내다봤다.

이 원장은 연구자가 과제 제안서(RFP)를 낼 때 장비 공동활용 방안을 담도록 명시해 평가 시 가점을 주는 방안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사실 나노장비는 설치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장비 업그레이드와 시설유지를 위해 설치비의 10%를 확보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장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활용 방법부터 터득해야 합니다. 이용수가나 올리고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식의 마인드로는 홀로서기할 수 없죠.”

이 원장은 “보유 장비 감가상각이 80% 이상 진행된 상태”라며 “잔존가치가 거의 없어지는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장비 재구축 적립금을 쌓는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준비, 정부와 공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7년 과학기술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원천기술 개발과장, 재정기획관 등을 지냈다. 가천대학교 R&D정책연구소장 겸 생명과학과 교수를 지내다 나노종기원으로 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