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자]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나노표면연구팀장

“실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가슴 속에 있습니다.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물질 표면에 일가견이 있는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나노표면연구팀장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다. 연구자로서의 자긍심이 곧 국가 연구개발(R&D)을 향한 열정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과학자]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나노표면연구팀장

이 팀장은 물질 표면 및 계면 연구로 2004년 런던대 킹스 칼리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5년간 표면 분야만 줄기차게 연구했다. 지금의 전문가가 된 배경이다.

석사학위도 영국 레딩대서 했다. 학부는 서강대를 나왔다.

킹스칼리지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귀국해 첫 발을 디딘 곳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표면 그룹이다. 여기서 박사후과정 연구원 생활을 3년간 했다.

기업 경력도 쌓았다.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연구했다. 지금이야 일반화됐지만, 당시로는 창조경제 운용 시스템에 잘 들어맞는 개척자였던 셈이다.

“삼성 있을 때 OLED 소자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OLED 제조공정을 단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죠. 현재도 이 기술이 생산공정에 적용돼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초지원연에 들어와서도 이 팀장은 한동안 OLED 수명연장 연구를 지속했다. 지난해엔 유기계면에서의 전하이동 메커니즘을 이용한 차세대 분자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엔 흑린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내 주목받았다. 흑린은 꿈의 신물질로 불리던 그래핀 대체물질이다. 그래핀이 구리보다 전기전도성도 뛰어나고 두께도 원자 한 층에 불과하면서도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는 전기 전도성을 제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흑린을 이용해 안정적이고 활성이 뛰어난 흑린-이산화티탄(TiO2) 광촉매 재료를 처음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흑린이 그래핀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흑린도 단점이 있습니다. 공기와의 반응속도가 매우 빨라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이 장벽을 아주 간단한 졸-겔 합성법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실용화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상압-상온에서 저가격의 고품질 흑린-이산화티탄 대량생산 합성 기술 연구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팀장은 현재 차세대 융·복합 나노물성 분석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엔 광촉매를 이용한 냄새제거 기술을 센텍에 이전했다. 기술이전료로 1억3000만원을 받았다. 지금까지 논문만 50여 편을 냈다. 특허는 국내외에 4건을 등록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