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학교 SW 교육만이 능사인가?

[미래포럼]학교 SW 교육만이 능사인가?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지 않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중요한 변화가 준비되고 있다. 그 하나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다. 이는 학교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세계적인 추세에 동참하는 시도다. 또 다른 하나는 초·중등학교에서의 SW교육 실시다. 이는 그동안 대학 위주의 SW인력 양성 정책에서 초·중·고 학교교육을 통해 범국민적인 SW인력 양성으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어 창조경제 달성을 뒷받침할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가 양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과 초·중등학교 SW교육의 실시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와 SW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고급 SW인력 양성 및 확보에 충분조건인지는 회의적이다. 학교 SW 교육이 SW인력 양성을 위해 필요할 수는 있으나 초등학교에서 17시간, 중등학교에서 34시간만의 SW 교육을 통해 창조경제와 SW 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고급 SW 인재를 양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30년 가까이 SW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고, 또 많은 SW 인력을 양성해 왔다. 이들 인력이 우리나라 IT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고, 우리 사회를 정보화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앞장서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부 자료에 의하면 대학에서 SW 관련학과 졸업생이 감소세에 있고, 2017년까지 8만2000명의 고급 SW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나는 의사, 법조인, 교사 등 세칭 인기 직종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유능한 인력들이 이들 인기 직종으로 쏠려서 의학전문대학원, 사법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야 했던 우리 사회의 다른 모습도 직시해야 한다. 미래부도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SW 개발인력들이 낮은 임금과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개발자 처우가 열악한 상황에서는 우수인력을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또 요즘처럼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SW인력이 부족해서 구인난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때 우리는 SW인력 양성 정책을 실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활용한 적도 있었다. 이제 공급자 중심적이고 양성 교육 위주의 일차원적 SW인력 양성은 효과 면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빌 게이츠나 저커버그, 세르게이 브린 같은 최고 수준의 SW인력을 양성하기 위해는 학교에서의 양성교육뿐만 아니라 양성된 인력이 평생에 걸쳐 계발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제되고 정교한 대책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지식사회의 성숙으로 평생교육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지식수명(life time)의 반감기가 가장 짧은 영역인 SW 개발 분야 인력의 우려를 헤아려 줄 수 있는 보다 성숙된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과 함께 SW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김준형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