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공공기술에 공공자금이 들어간 것은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사회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는 “가장 기본인 자금관리 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인력선발 및 관리 지침 없는 벤처기업도 많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지킬 룰이 없어 대표 의사대로 움직이는 회사는 나중에 불투명한 경영을 하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사람]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조 대표는 경력이 15년 넘은 투자 베테랑이다. 지난해 9개업체에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지난해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더 많은 기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KST는 17개 출연연이 530억원을 출자해 만든 투자전문 기술지주다.

“투명하게 하면 신뢰가 가게 마련이고 투자유치나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집니다. 이게 벤처기업의 가장 기본입니다.”

조 대표는 “기업도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자산의 성장이 곧 국가 먹을거리 창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툴과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배워야할 기본사항입니다. 그 후 기술에 자본이 붙고, 핵심인력이 참여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KST도 이러한 투자철학을 지키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KST가 기술이 첨단이라고 해서 무작정 투자하지 않는다”며 몇 가지 투자원칙을 공개했다.

우선 융·복합 기술에 가산점을 준다.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이 높고 단일 기술보다 성공 확률이 좋기 때문이다. 두 번째 투자 조건은 대기업 의존형 협력업체보다는 원천기술 보유 여부와 제품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따져본다. 특히,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접근하지 못한 영역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조 대표는 투자 기업에 대해 ‘동업자 개념’을 강조했다. 투자자가 적절한 자금을 투입하고 경영을 지원하는 벤처기업 동업자로 인식해 달라는 주문이다.

조 대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형으로 투자 패턴도 바꿨다. 엔지니어링 R&D가 중심인 정부출연연구기관에 그게 더 잘 맞는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적게는 4억원, 많게는 20억원까지 투자했다. 기존 기술지주 투자패턴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지난해 창업보육협회나 엑셀러레이터, 기술이전조직(TLO) 등으로부터 자금과 성장지원이 필요한 기업 89개를 추천 받았습니다.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 6곳에 투자했습니다. 3개 기업은 자체 발굴했습니다.”

펀딩규모도 늘렸다. 1차 투자기업에 대한 성장지원을 위해선 후속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SGI퍼스트펭귄스타트업과 KB지식재산 투자조합, IBKSKS기술금융사모투자전문회사 등 총 3개 조합에 40억원 출자를 약정했다. 출자 약정액의 최소 3배수 이상을 KST와 공동투자하거나 기존기업에 후속투자하는 조건이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본투글로벌)나 글로벌혁신센터(KIC)와 연계 협력을 강화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