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경제 실현 기반될 메이커 운동

[데스크라인]창조경제 실현 기반될 메이커 운동

2013년 김정주 넥슨 회장이 개인이 레고 블록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 ‘브릭링크(Brick Link)’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브릭링크는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블록 완구 레고의 온라인 장터다. 레고 마니아는 브릭링크에서 레고 부품과 개인 창작품을 사고 판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우주왕복선과 발사대를 만들 수 있다.

레고는 어린이 장난감이 아니다. 많은 성인이 레고 제품을 구입해 인터넷에서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인이 레고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적으로 덜 자란 어른 취미라고 치부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레고는 인간의 만들기 본능을 충족시킨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성취감과 자존감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에 더 가치를 부여하고 애착을 느낀다. 인간이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뇌 속에 축적해온 본능이다.

[데스크라인]창조경제 실현 기반될 메이커 운동

최근 한국에 매장을 낸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도 만들기 본능을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케아는 배송은 물론 조립도 되지 않은 상품을 소비자가 직접 사게 함으로써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정책을 쓴다.

이케아에서 구입한 가구는 구매자가 대부분 직접 조립해야 한다. 초보자가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람에 따라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해 무언가를 생산하면 자긍심과 역량이 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본능은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협받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만들기 과정에서 소외됐다. 비용절감과 생산확대를 위해 모든 것이 자동화하면서 인간은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패널을 조작·운용하는 오퍼레이터로 전락했다. 생산수단이 기업에 집중되면서 제품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조사를 찾지 못하면 포기해야 했다.

개인도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3D프린터와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나 아두이노(Arduino)처럼 오픈소스 보드 플랫폼을 활용해 마음만 먹으면 하드웨어를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어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세계적으로 이 같은 오픈소스를 이용해 자신의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운동(Maker Movement)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열풍 배경에는 메이커운동이 있으며 대통령까지 챙기는 국가적 어젠다 반열에 올라섰다.

[데스크라인]창조경제 실현 기반될 메이커 운동

‘롱테일 법칙’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제조업의 디지털화’로 메이커운동이 향후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3차 산업혁명 전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자본이나 권력이 없는 일반인도 디지털기술을 사용해 생산 공장을 원하는 만큼 이용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제작과 유통의 민주화를 촉진시킨다.

기술에 정통하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갖춘 메이커는 취미활동을 하는 DIY(Do It Yourself)족을 넘어서 제조 기업가이기도 한 새로운 혁신가로 떠올랐다. 잠들었던 인간 본능을 깨우는 메이커 운동은 제조업의 미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직도 개념이 애매모호한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실현의 답은 메이커운동에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