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미래부

[관망경]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미래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25개 산하 출연연구기관 연구직·기술직 직원 전체와 직계가족 주민번호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직원과 가족을 합치면 5만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정보다. 제출을 요구한 이유는 ‘기술이전 및 기술료 징수·배분 실태’를 특정감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일부 기관을 정밀 감사한 결과 연구원이 직무발명으로 얻은 성과를 빼돌려 개인 이익을 취한 사례가 발견돼 이를 전수조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부 재원으로 연구를 하는 출연연 연구원이 직무발명 성과를 착복한다면 분명히 문제다. 아마 전수 조사를 했다면 일부 사례가 적발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 몇 건을 잡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놓칠 수 있음을 간과했다.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당신이 재산을 숨겼을 수도 있으니 이를 조사하기 위해 가족 주민번호까지 모두 제출하시오’란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기분 나쁠 것이다. 본인을 조사하는 것은 이해해도 가족까지 조사하겠다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조직을 위해 묵묵히 일해 왔던 사람은 자괴감과 배신감까지 느낄 일이다. 실제로 이번 일을 접한 연구원과 가족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한 출연연 연구원 아내는 “남편이 죄인도 아닌데 저와 제 아이 주민번호까지 내라는 것이 말이 되나요?”라고 토로했다.

출연연 한 본부장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떨어진 출연연 사기는 더 추락했다”며 “연구자 사기를 이렇게 꺾어놓고 무슨 연구성과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성명을 내 “출연연 직원이 아닌 가족 주민등록 등본까지 들추어 보겠다는 것은 감사 권한이 아니라 수사 권한”이라고 반발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을 도모하려다 큰 일을 그르친다는 뜻인데 이번 감사 시도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