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 메모리 육성, 10년 후를 경계하라

[데스크라인]중국 메모리 육성, 10년 후를 경계하라

반도체 강국을 향한 중국의 행보가 무섭다. 중국 정부가 앞장섰다. 5년 전 디스플레이 분야 육성에 나선 데 이어 올해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겨냥한 부양책을 내놨다. 막대한 자금과 각종 지원 정책으로 무장했다.

일사천리다. 벌써부터 거대 자금이 투입된다. 20조원에 달하는 메모리 반도체 프로젝트가 발주돼 산업계가 수주전으로 들썩인다. 지자체와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성공이 보장된다. 정부가 방향을 정했고 기업은 수행만 하면 된다. 정부 뒷배가 그만큼 막강하다. 엄청난 내수 시장이 그 뒤를 받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그랬다. 정책 방향이 결정되자 곧바로 관세를 높여 자국 사업을 보호하고 해외 업체가 중국에 투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력도 동원했다. 중국 공무원과 산업계, 연구계는 이미 이러한 성공 DNA를 공유했다. 혁신의 선순환 고리가 무엇인지 중국 공무원과 기업인, 연구원은 알고 있다. 중국 반도체 공정은 이러한 혁신 성공사례의 연속타다. 그 다음이 무섭다.

놀라운 것은 자금 투입이다. 디스플레이 기업 설비 투자는 대부분 정부 자금과 연결돼 있다. 자금은 다시 인재 확보와 연결된다.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기업 출신도 대거 자리를 옮겼다.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 임원진 중에 상당수가 우리 엔지니어다.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특징은 생태계다. 전후방 산업을 함께 키워냈다. 정책 발표 때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다.

반도체로 방향타가 넘어왔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육성은 팹리스로 이어졌다. ‘세계 생산공장’이란 별칭을 얻으면서 중국 내 팹리스 기업은 글로벌 상위에 자리 잡았다. 여전히 해외 팹리스 기업 사냥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 팹리스 업체도 먹잇감이다. 정부 자금과 연결된 중국계 대형 펀드가 움직이고 있다. 규모 차이로 국내 펀드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후문이다.

이제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초점이다. 대형 정부 프로젝트로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전공정, 후공정까지 생태계를 만든다. 장치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상당 부분 해외 장비에 의존해 채워갈 수 있다. 기술력은 인력으로 채울 공산이 크다. 일부 업체가 이미 일본 반도체 엔지니어 영입에 나섰다.

기업들이 악전고투 끝에 세계 선두권에 올라선 우리 입장에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중국 정부는 단시일 내에 승부를 걸려 하지 않는다. 10년, 20년 후를 겨냥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부양책이 바뀌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우리 기업과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차이가 7년에서 길게는 10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시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추격당하는 데 5년밖에 안 걸렸고 언제 추월당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이런 혁신의 성공 DNA를 공유한 지 얼마나 됐던가. 더 이상 깨어나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을 믿어선 안 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67.8%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정부 지원도 부실한 우리 기업이 선두권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신기술 개발이다. 중국에 대비해 기술 특허 보호와 핵심 인력을 지켜내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졸면 죽는다.

서동규 소재부품산업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