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복지부동

[관망경]복지부동

공무원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회의와 자조가 심각하다. 무얼 하든 비판받고, 반대에 직면하는데 차라리 복지부동이 나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적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관료가 복지부동이란 말을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관료에게 복지부동이란 경계해야 할 1순위 금기어다. 복지부동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불명예는 물론이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양 부처는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고, 속수무책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반대는 그렇다 치고, 쏟아지는 비판에는 이골이 났다. 양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6개월 만에 내놓은 후속 조치도 마찬가지다.

단말 지원금 상향과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 인상으로 단말 구입비용과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당장 폐지라는 여론 역풍을 감수해야 했다.

합리적 토론과 대안은 뒷전이고, 전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회는 물론이고 시민단체, 유통점 등 이해관계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미래부와 방통위를 비판하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전부 단통법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또 단통법을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심이 아니더라도 복지부동 운운하는 걸 보면 국가 동량(棟樑)인 관료가 의욕을 잃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관료가 제 역할을 못하면 혹은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에 지대한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관료를 심기일전하도록 하지 못할망정 복지부동으로 내몰려고 작정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