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정부가 해야 할 일

[관망경]정부가 해야 할 일

지난달 우연히 단원고 학생 한 명을 만났다. 지인의 자녀가 단원고에 다니고 있었던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올해 2학년이니 지난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학생의 바로 아래 후배다. 지인은 “작년은 정말 힘들었다. 아들에게 도대체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토로했다.

딱 1년 전이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망연자실했던 게. 집단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았다. 많은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만 습관처럼 되뇌었다.

1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세월호 수습 방식을 두고 이견이 팽팽하다. 여기저기서 안전사고가 터지고 있다.

국민이 길을 잃었을 때 정부는 등대가 돼야 한다. 국민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희망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당연한 역할이지만 지금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 발목을 잡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던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마저도 성완종 사건으로 곤두박질쳤다.

성완종 사건이 터지자 내심 쾌재를 부르는 공무원이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정책이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처·기관 수장이 리스트에 거론되지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도 있다. 심정은 이해되지만 씁쓸하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도 그랬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공무원이 있었다.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라고,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안도하던 이도 있었다.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국민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정부도, 공무원 개개인도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업무분장표에 제시된 일만이 임무가 아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을 ‘살 만한 나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 모두가 정부와 공무원의 임무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때 국민 신뢰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