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수입대체

[프리즘]수입대체

스마트그리드·스마트가전에 사용할 ‘미터링 칩(Metering IC)’이 국산화를 앞두고 있다. 맥심인티그레이티드·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글로벌 회사 네 곳만이 상용화한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도체업체 씨자인, 전자부품연구원, 미국 퍼듀대가 개발에 참여했다.

사업은 이젝스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젝스는 반도체회사가 아니다. 스마트콘센트·스마트에너지미터 등 미터링 칩이 들어가는 스마트에너지 기기를 만든다. 칩은 외산만 썼다. 앞으로 시장이 무궁무진하자 관련 업체·기관에 개발을 제안한 것. 칩 정보 그리고 검증을 맡았다. 제품 완성 후엔 전면 채택한다.

유창현 대표 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더 큰 시장이 열리는데 외산만 쓸 수 없었다.” 미터링 칩은 집·사무실·공장 등 모든 에너지 소비처 필수품이다. 콘센트는 물론이고 수도·가스 측정 기기에도 사용된다. 칩 가격은 1~1.5달러다. 비싸진 않지만 잠재성을 보면 어마어마하다.

수입대체하면 삼성이 떠오른다. 그룹 모태인 제일제당과 제일모직. 1950년대 초반 설탕 가격은 국제시장 거래 가격의 세 배에 달했다. 생산시설이 없어서다. 1953년 제일제당은 시설을 갖춰 수입 설탕 3분의 1 가격에 팔았다.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한 제일모직도 마찬가지다. 양복지 값을 수입산 5분의 1로 만들었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국민 필수품을 수입에 의존하면, 해외 의존 국민 생활이나 경제 체질을 영원히 탈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창조’가 강조된다. 없던 아이템, 새로운 비즈니스만을 고집한다. 무(無)에서 유(有)가 강조된다. 먹거리가 안 보인다고 토로한다. ‘창조 스트레스’다.

그것만이 답일까? 우리가 안 하거나 못했던 것을 되돌아보자. 과거엔 못해도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것. 물론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특허, 진입장벽, 잠재력 등 따질 게 많다.

수입대체. 창조와는 거리가 있지만 창조물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