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끈질긴 니코틴의 그림자, 3차 흡연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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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이사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꽤나 담배를 피웠지만 우리 가족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그럼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담배 유해물질이 실내에 남아 있을까?

[KISTI 과학향기]끈질긴 니코틴의 그림자, 3차 흡연의 공포

니코틴은 카펫이나 커튼 같은 천, 페인트칠한 벽에는 더 잘 달라붙는다. 실내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21일이 지난 뒤에도 처음 양의 40%가 남는다. 지금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어도 오랜 기간 흡연에 노출된 실내에는 담배 한 개비를 지금 피울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존재할 수 있다.

#회사에선 담배를 피우지만 퇴근 전 양치질은 물론 손과 얼굴까지 깨끗이 닦는다.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생아는 담배로부터 안전할까? 담배 연기와 냄새는 사라져도 흡연자 폐 속에 남아있는 유해물질은 흡연자와 함께 이동한다. 어디선가 흡연한 사람이 실내 공간에 같이 있으면 간접흡연 상태라고 봐야 한다.

담배연기를 직접 맡지 않고도 몸이나 옷, 카펫, 커튼 등에 묻은 담배 유해물질을 통해 흡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한다. 간접흡연과 달리 직접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고도 흡연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담배를 피웠던 공간에 있거나 다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게오르그 매트 교수팀 연구에 의하면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 가정 신생아 소변에서 ‘코티닌’ 성분이 검출됐다. 코티닌은 니코틴이 분해돼 나오는 성분으로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3차 흡연에 노출된 증거로 볼 수 있다. 흡연자 폐에 남아 있던 담배연기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데 흡연 후 14분까지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담배를 피운 뒤 바로 아이를 안으면 아이에게 담배 연기를 뿜는 셈이다.

미국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3차 흡연 영향 연구에서 50종이 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8시간이 지난 뒤에도 잔류해 있다고 발표했다. 니코틴이 오존과 반응해 초미립자 유해 성분을 만들고, 피부나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흡연 노출로도 세포의 유전적인 손상이 일어난다고 봤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3차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결과 3차 흡연에 노출된 생쥐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했다. 폐에서는 과도한 콜라겐이 생성됐고, 사이토카인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간경변과 간암, 폐기종, 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3차 흡연에 노출된 생쥐는 상처 치유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났다. 3차 흡연이 실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라 주목된다.

3차 흡연은 어린 아이와 학생들에게서 피해가 더 크다.

강혜련 서울대 의대 교수가 6~11세 어린이 3만15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차 흡연에 노출된 아이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에 비해 야간 기침 20%, 만성 기침 18%, 발작적 연속 기침이 20%가량 더 많았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과 ADHD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 소변에서 코티닌 평균수치가 정상 아동보다 70% 더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간접흡연이 청력 손상 원인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애닐 랄와니 뉴욕대 메디컬센터 교수는 12~19세 청소년 15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혈액 속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달팽이관과 내이에 문제가 있으며, 15dB의 일반적인 성량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밝혔다.

3차 흡연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는 피해이기 때문에 무섭다. 담배가 주는 해는 질기고 오래 간다. 피운 뒤 애써 지우려 해도 흔적은 독하게 남는다. 애초에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