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428>국제유가

국제유가는 지난해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거래되다가 연말 40달러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은 국가는 손실이 적었지만 러시아 등 채산비용이 높은 산유국은 상당한 재정 압박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정유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원유나 석유제품을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는 산업계는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렸습니다. 국민은 모처럼 ‘차타고 다닐 맛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해외석유·가스분야의 개발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외자원개발 서비스산업 또한 그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 개념조차 생소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해외석유·가스분야의 개발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외자원개발 서비스산업 또한 그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 개념조차 생소한 상태다.

국제유가 움직임은 글로벌 공통 관심사입니다. 유가가 한 나라의 경제, 산업 등 다방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유가 등락폭이 커지고 향후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가, 산업별 득실을 따지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Q:세계는 왜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나요?

A: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거래 규모가 큰 원자재이자 세계 에너지 수요 30%를 담당하는 핵심 연료, 원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수입액에서 원유 비중은 20%에 달합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와 글로벌 수준 석유화학기업을 주력산업으로 보유한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하면 국제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석유는 자동차, 난방 등 연료로도 중요하지만 석유화학산업 핵심 원료로도 사용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소재가 석유로부터 탄생합니다.

Q:국제유가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A:원유 거래 단위는 배럴(159리터), 화폐표시 단위는 달러입니다. 보통 배럴당 몇 달러식으로 표현합니다. 국제 원유시장은 주요 소비지인 미국, 유럽, 아시아로 구분됩니다. 각 시장 내 거래 가격 기준을 벤치마크라고 부릅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두바이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브렌트유가 대표적인 벤치마크 유종입니다. 매일 변하는 국제유가는 고정가와 연동가격으로 구성됩니다. 거래는 대부분 연동가로 이뤄집니다. 특종 유종은 시황에 따라 연동가격에 프리미엄이 붙기도 합니다. 주요 유종 간 가격차이로 지역 간 원유 물량 이동이 발생합니다. 이는 다시 지역 내 유종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이 발생합니다.

Q:지난해 국제 유가는 왜 급락했나요?

A: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석유제품 수요는 감소했고 생산량은 계속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유가 변동은 단순히 수요·공급 문제로 설명하기에는 낙폭이 너무 컸습니다. 보통 수요가 감소하면 산유국도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 즉 감산에 들어가지만 지난해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OPEC은 생산량을 줄여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왜 막지 않았을까요. 석유시장 패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주요 산유국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뭉친 OPEC이 산유국으로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OPEC 증·감산 결정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면서 대량으로 천연가스와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석유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근접한 수준에 올라서면서 OPEC 시장점유율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OPEC은 원유 생산을 두고 미국과 가격 경쟁을 선택했습니다. 감산 없이 계속 생산량을 유지하면 유가는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채산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가스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미국에서 진행 중인 상당수 셰일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도서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석유 이야기’ 사회정보리서치반 지음. 손주희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상식 수준에서 꼭 알아둬야 할 석유 관련 지식을 소개한 책이다. 첫 장 ‘석유와 경제, 그 뗄 수 없는 관계’에서는 원유 가격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와 국제유가 등락 이유 등을 소개했다. 원유 가격 상승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OPEC 역할 등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장 ‘일상 속 석유에 대한 뜻밖의 사실들’에서는 석유가 비싸지면 왜 식료품 가격까지 오르는지, 주유소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이유, 셀프식 주유소가 급증하는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 등을 소개했다. 세 번째장 ‘석유를 둘러싼 열띤 세계정세’에서는 석유개발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각국 경쟁사례가 담겼다.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 귄터 바루디오 지음. 최은아 외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석유 산업 태동기부터 첨단 생명과학 산업 주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세계경제와 국제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석유 역사가 정리된 책이다. 석유강대국인 미국과 유럽 다국적 석유기업, 이에 맞서는 중동, 남미권 기업 동향을 담아 석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정세를 판독하는데도 유용하다. 말미에는 석유가 가져온 혜택과 재앙을 동시에 지적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환경친화적 사고 중요성도 지적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