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색 한·일 관계, 경제가 실마리돼야

[데스크라인]경색 한·일 관계, 경제가 실마리돼야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이웃이다. 물리적 거리와 달리 심정적으로 멀다. 멀고도 가까운 관계다. 시기와 사안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겉으로는 미소를 짓지만 가슴속에는 응어리를 품고 있다.

밑바탕에는 일제강점이라는 얼룩진 과거사가 있다. 일제강점은 우리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다.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가 미운 감정에 강도를 더했다. 일본에 항상 의심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번 꼬인 매듭은 풀기 힘들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한국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단 한번도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등 진정한 사과가 없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유지됐다.

두 나라 관계가 계속 경색되자 주변국, 특히 미국이 조급하다. 중국을 견제하려면 원만한 한·일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미 정계와 언론 목소리가 커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로서도 실마리를 푸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공동대응해야 한다. 꼬인 매듭을 푸는 계기가 필요하다. 최근 두 나라 정부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부총리급 이상 고위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 23일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었다. 정경분리에 따라 투 트랙으로 협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재무장관회의는 2012년 11월 중단된 지 2년 6개월 만이다.

지난 주말동안 열린 필리핀 보라카이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도 2년 1개월 만에 한·일 통상장관회의가 열렸다.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14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도 한·일 국방장관회의가 열린다. 국방장관 회담은 2011년 1월 이후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의 갈등으로 중단된 지 4년여 만이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도 곧 서울에서 열린다.

잇따른 정부 차원 접촉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적 논의가 힘들다면 당장 경제협력 물꼬부터 터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어느 한 나라만 노력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금융과 무역시장 개방으로 경제는 국경을 넘어서서 세계는 운명공동체가 됐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관계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질서는 지역공동체 힘이 강해지고 있다. 한·일 양국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협력 분야도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두 나라는 제조업 기반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제조업은 스마트 공장 등 첨단 분야로 협력이 필요하다. 협력 산업 분야도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서비스 등으로 다원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은 2012년 -2.2%, 2013년 -10.7%, 2014년 〃7.2% 등으로 3년째 감소하고 있다. 대 일본 수입도 2012년 -5.8%, 2013년 〃6.7%, 2014년 〃10.4로 대일본 수출입이 3년 연속 동반 마이너스성장한 것은 처음이다.

교역 감소는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수입 수요 감소와 한국 제품 가격경쟁력 약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한일 간 정치적 마찰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한·일 양국은 낮은 경제성장률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양국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문화·인적 교류 확대도 긴밀히 협의하는 등 수교 50주년을 터닝 포인트 삼아 한·일 동반성장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시점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