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제도적 지원

[미래포럼]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제도적 지원

얼마 전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한국을 다녀갔다. 올해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멋진 노래와 연주로 한국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1만시간 공식으로 유명한 책 ‘아웃라이어’에서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비틀스의 성공 뒤에는, 미국 진출 전인 1960년부터 1년 반 사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가졌던 엄청난 양의 라이브 공연이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총 270밤을, 때론 하루 8시간씩의 라이브 공연을 했다고 함). 말콤은 이렇게 많은 시간의 라이브 공연이 비틀스를 아웃라이어로 만든 ‘행운’ 중 하나임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SNS, 온오프라인융합 서비스,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최근 IT 기반 서비스나 제품은 대부분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이 제공된 플랫폼 위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적 차별화를 어렵게 한다. 구글이나 애플 등 플랫폼 제공 회사에서 기술 핵심 부분은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한 상태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차별화 부재는 경쟁에 쉽게 노출돼 좋은 아이템일수록 더 많은 경쟁에 부딪히고, 많은 경우 자본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사업을 주도 하게 되곤 한다. 요즈음 많은 광고를 하고 있는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간 경쟁도 이런 유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별화 부재는 특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청년 창업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 남으려면, 섬세하게 작은 부분까지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개선하고 노력하는 치열함이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개발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성 (예를 들면, 음식업주와의 연결)에 많은 투자와 인고의 시간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데이터 분석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마윈 중국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국내 연설에서 향후 30년은 데이터 기술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고객 만족과 기술 지향적 고용 창출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술은 분명 정보통신 업계에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제공할 것이지만, 그 데이터를 모으기까지 또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초기 기술 개발 후 창업자들이 맞는 죽음의 계곡 기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요즈음은 그 기간이 더 길고, 힘들어지고 있는 한 이유다.

많은 뛰어난 젊은이들에게, 혹은 직장인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창업을 권장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단순한 창업 지원만이 아니라,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얻기까지 요구되는 더 힘든 ‘내일’을 위한 인적, 자금적 어려움을 지원해 줄 사회적 제도와 관심도 중요하다.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사업을 마련했는데, 좋은 시도인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기존 시장에 연결해 서비스화해 내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 희망가를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과 서로 연결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보다 많은 관심과 제도적 지원으로 더 많은 멋진 서비스가 결실을 얻기를 기대해 본다.

조규진 라온랩 대표 kyucho@laon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