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균형

[관망경]균형

연구개발을 포함한 민간영역에서의 정부 역할에 많은 이론과 주장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민간 영역이나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시대도 있었고 반대로 민간과 시장에 거의 모든 것을 맡기던 시대도 있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역사에서 정부 역할도 변화를 거쳐 왔다. 우리나라에서 R&D가 시작된 초기에는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했다. 하지만 조금씩 민간 영역이 확대됐고 현재는 민간 R&D가 정부 R&D를 추월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 R&D 역할도 계속 변해왔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율이 세계 최고임에도 성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요 내용은 △R&D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R&D 전문관리기관 개편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정부 R&D 지원체계 개편 등이다.

방안이 발표되자 연구계는 시큰둥했다. R&D 혁신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제안한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고 정부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이하 연총)는 성명에서 정부 혁신방안은 현장과의 소통이 미흡했고, 장기비전이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등 정부 부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 집단이 예산 총괄 편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국가도 민간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 연총 주장에 수긍이 간다. 물론 정부 개입이 줄면 연구비 유용 등 부정과 부패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의 엄격한 통제도, 민간에 완전히 맡기는 자유방임도 한계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혁신방안이 성과를 내려면 현 시대에 맞게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되 민간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실제 추진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