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망 또 예산타령에 발목 안 잡혀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시범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이달 시작된다. 정부가 시범사업 예산을 확정해 조만간 사전규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재난망이 이제야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지난해 대통령이 세월호 후속 대책으로 빠른 구축을 천명했지만, 실행되기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나마 중도에 좌초되지 않고 시범사업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재난망 구축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재난망 사업이 10년 넘게 표류한 이유는 예산 문제였다. ‘재난망 경제편익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난망 구축사업은 중도에 백지화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뻔했다. 시범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은 예산을 다시 꼼꼼히 점검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예산당국은 결국 당초 예산보다 34억원을 삭감하는 선에서 시범사업 예산을 확정했다.

재정부가 예산을 허투로 쓰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 살림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재난망은 시범사업에 수백억원, 본사업에 수천억원 투입된다. 예산 당국이 현미경을 들이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 목숨과 직결된 사업이라면 마냥 예산타령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재난망 구축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세월호 사태가 터졌다.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에 재난 당국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대통령이 이 때문에 재난망 사업은 예비타당성 검토를 면제하고 조속히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재난은 또 언제 불쑥 찾아올지 모른다. 세월호 사태 때처럼 다시 뒤늦은 후회를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예산당국이 꼼꼼히 점검하더라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국민 생명은 경제 편익과 쉽게 바꿀 수 없다. 재난망 사업이 예산에 발목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또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