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삼성·두중·한화 연합 웃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사업자에 삼성물산(51%)과 두산중공업(39%), 한화건설(10%)이 참여한 삼성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신월성 등 원전을 수주한 바 있는 삼성물산과 그동안 원전 주기기를 납품해 온 두산중공업 경험의 시너지로 풀이된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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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3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주설비공사 입찰사로 삼성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삼성물산 진영(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과 대우건설 진영(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진영(대림산업, SK건설, 경남기업) 3개 컨소시엄이 경쟁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UAE 수출모델인 1400㎿급 APR1400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5호기는 2021년, 6호기는 2022년 준공 목표로 당초 사업 추정가격은 1조4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다. 삼성컨소시엄은 1조1775억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이번 입찰은 국내 원전사업으로는 처음으로 가격이 아닌 기술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최고가치낙찰제가 도입돼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다. 최고가치낙찰제는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가격보다 기술 부분에 더 많은 점수를 배점하는 입찰방식이다. 그동안 낮은 가격을 쓰는 사업자가 유리한 최저가 입찰제를 진행해 왔지만 원전 납품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2013년부터 도입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한수원이 최고가치낙찰제를 최초로 도입한 사업이다. 때문에 임찰 참여 사업자들도 수주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과거 입찰방식은 제안서의 적정성보다는 누가 더 낮은 가격을 쓰느냐에 희비가 갈렸지만, 이번 입찰에서는 자체적으로 기술평가 기준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 가격을 산출하는 등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실제 배점도 가격은 20점 만점, 기술은 80점 만점으로 격차가 컸다. 업계에서는 기술점수 1점이 약 600억원의 달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번 삼성컨소시엄의 사업 수주는 판세를 역전한 결과다. 대우컨소시엄과 삼성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압축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12월 입찰 공고 때부터 이달 1일 기술제안서 제출 때까지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을 유력사업자로 점찍어 왔다. 현대건설이 원전건설 부문에서는 워낙에 강세를 보여온 데다, 대우건설도 최근 들어 주력을 플랜트 건설로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삼성컨소시엄은 건설과 주기기의 시너지라는 장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았다. 다른 컨소시엄이 건설사업자로 진영을 구성한 반면에 삼성물산은 두산중공업과 손을 잡으면서 APR1400 모델 시공경험과 주기기 제작 및 시공일원화라는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여기에 최고 경쟁자인 현대건설이 UAE 원전을 포함해 다수의 원전 프로젝트에 직원이 투입돼 있었다는 점도 변수요인이었다.

한수원은 처음으로 최고가치낙찰제도를 적용해 최고의 시공품질과 기술능력을 보유한 곳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신고리 5·6호기는 최초로 기술 중심의 입찰을 시행한 만큼 안전과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원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