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창조경제와 ‘제4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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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나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은 ‘옛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달아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도 있다.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다’는 뜻이다.

[사이언스 온고지신]창조경제와 ‘제4의 물결’

모두 새 것을 만들기 위해 옛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현 정부가 창조와 경제를 결합한 창조경제를 시작한지 어느덧 3년이나 됐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조급하게 결과물을 재촉할 때가 됐다.

지난 50여년간 ‘빨리빨리’가 세계 10위권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선진국이 이뤄놓은 것을 따라 잡는 데는 노력에 따라 빨리빨리 할 수 있었으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는 많은 장벽이 있다.

지금까지 기술을 넘어 생각의 혁신을 이룬 주택, 자동차, 휴대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기반 사회에선 깊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젊은이도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제는 연구경력이 20~30년은 돼야 가능한 것도 그래서다. 빨리빨리 독촉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변화에는 균형이 필요한 법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현 지식정보 사회에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 속도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책과 법 제도는 30마일도 안 되는 속도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속도 차이가 변화와 발전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창조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전 지구적 시장성과 혁신성을 갖는 아이디어와 기술, 제품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협력, 합병뿐만 아니라 정부의 개방적 정책과 꾸준한 지원 역시 필요한 것이다.

이제 창조경제 태동을 위한 준비태세가 갖춰지고 있다. 다행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기관의 융합 등 창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에 발맞춘 정부 지원도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생산하는 프로슈머와 프로슈밍(생산소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ICT DIY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는 창작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 공개자원(open source)과 3D프린터를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창조경제타운을 운영해 사업화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ETRI는 창업공작소를 통해 누구나 3D프린터를 이용하고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는 연구개발 협동클러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연간 벽을 허물고, 산학연 개방적 협동연구로 융합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새로운 연구개발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그 결과 ETRI를 필두로 4개 출연연기관이 모인 UGS 융합연구단이 출범해 사회문제인 싱크홀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시대가 리엔지니어링 위주 추격개발이었다면, 앞으로는 이와 같은 융합 연구가 창조개발을 이끌 것이다. 또한 기초원천〃소재 연구, 부품〃제품화 응용 연구, 사업화 상용화 개발 등 연구개발 전주기를 산·학연·이 협력하여 이뤄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창조경제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 것인가?

우리나라 창조경제가 토플러가 언급한 제3의 물결과는 다른 ‘제4의 물결’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우리나라 경제활동이 제1의 물결인 아파트, 제2의 물결인 자동차, 제3의 물결인 휴대폰을 거쳐, 제4의 물결인 초연결을 바탕으로 한 생활건강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제4의 물결은 지금까지 우리가 일궈온 노력들의 ‘온고지신’이다. 그간 우리는 철강, 기계, 반도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기반산업이 새로운 소재부품산업으로 고도화하면서 제1, 제2, 제3의 물결과 융합된다.

그 융합에는 핵심요소인 디지털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구성하고, 편집해 전달하고 표현하는 SW가 중심역할을 할 것이다.

창조경제 시작으로 기반산업 소재부품과 중심산업 간 유기적인 연결은 더욱 고도화된 중심 산업을 낳을 것이다. 바이오와 같은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며 지능형인프라, 스마트시티, 실시간 진단·예방의학, 바이오신약, 인공신체조직,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나노물질, 로봇인간, 가상현실(VR), 확장현실(AR) 등 무수한 제품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수요 유발형 시범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과거 TDX개발, CDMA개발, 4M, 64M D램 개발처럼 새로운 형태의 창조테마를 찾아 연구 개발자에 책임 있게 맡기는 것이다.

제4의 물결이 초연결을 바탕으로 한 생활건강이라면, 생활안전, 예방의학, 신약, 건강식품 등이 아파트, 자동차, 휴대폰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수요를 견인해 세계로 뻗어 가는 등용문을 두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광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상용화지원팀 책임행정원 kimkh@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