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비정상외교

[관망경]비정상외교

이번 주 미국에서 여러 소식이 들려온다. 해묵은 현안이었던 한미 원자력협정안 정식 서명이 완료됐다. 두 나라가 첨단 제조업 혁신에 힘을 모으고자 공동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한미 간 ‘이벤트’가 한 주에 모인 것은 원래 이번 주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박 대통령 방미는 국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연기됐다. 덩달아 미국에서 예정됐던 행사도 차질을 빚었지만 취소하거나 연기하기 곤란한 행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40여년 만의 개정으로 우리 원전 수출의 새로운 계기로 기대되는 원자력협정이나 위기에 빠진 국내 제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제조업 혁신 모두 각각 의미를 가진다. ‘정상외교’에서 ‘비정상외교’로 모양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형식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정상외교 성과 이행·확산을 강조했다. 지난 4월엔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순방성과 이행 및 확산 작업반(TF)’이 구성됐다.

애초 박 대통령 방미 목적이 경제보다는 정무적 측면이 강했지만 산업계가 거는 경제적 기대효과도 적지 않았다. 비록 대통령이 자리하지 못한 ‘비정상외교’라도 순방성과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후속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행사를 준비한 쪽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김이 샜다는 아쉬움도 있다. 순방성과 점검리스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후 대응에 긴장감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속 작업이 허술하다면 한미 비정상외교가 ‘정상이 참석하지 않은 외교’가 아닌 ‘정상적이지 못한 외교’로 해석될 것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