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기조

[관망경]기조

기조(基調)의 사전적 의미는 사상, 작품, 학설 따위에 흐르는 기본적 경향이나 방향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아니라, 일관성을 전제로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를 저지른 알뜰폰사업자 제재를 보류했다. 사업자의 법 위반 행위가 분명했지만, 당장의 사업자 제재보다 이용자 피해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모두 사업자를 제재하는 이유가 궁극적으로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종전과 다른 방통위의 이례적 의사결정 해석은 제각각이다. 이전 유사한 위법 행위 제재와 다른 만큼 방통위 규제 기조가 달라진 것이라며, 규제 일관성을 훼손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다. 규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방통위의 사업자 제재가 선의의 이용자 혹은 직접 피해자와는 동떨어졌다며 이용자 피해를 회복시키겠다는 방통위의 이전과 다른 판단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다. 규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 전망도 적지 않다.

방통위가 이용자 피해 회복을 전제로 제재를 보류한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단기적으로 사업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알뜰폰은 물론이고 이동통신 시장에 만연한 허위·과장 광고 등 위법 행위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 기조의 일관성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추후 유사한 위법 행위가 나타나더라도 방통위가 새로운 규제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원칙이라는 걸 말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