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시스템이 세상을 지배한다···`사이코패스`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PSYCHO-PASS)’ 극장판이 국내 개봉됐다. 지난 2012년 일본에서 방영된 원작은 인간 심리상태를 수치화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수많은 ‘오타쿠’를 양산했다. 인간성을 배제한 시스템이 사회를 통제하는 가운데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수작이다.

사이코패스 포스터
사이코패스 포스터

일본 정부는 개인이 지닌 범죄 성향을 측정할 수 ‘시빌라’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시빌라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해 ‘사이코패스’라 명명한 수치를 부여한다. 범죄계수가 기준을 초과한 인물은 즉결 심판을 받게 된다. 시스템이 사회 전반을 실시간으로 감시·제어하며 범죄를 관리한다. 간단히 말해 중앙 서버가 특정 인물 빅데이터를 분석해 잠재적 범죄자를 걸러내는 것이다.

언뜻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한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분석해 ‘수치화’한다는 내용에서 차별화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범죄 예방이라는 초점을 맞췄다면 사이코패스는 시스템이 제어하는 사회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사이코패스가 그린 미래 세상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사이코패스처럼 범죄 방지 대책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지능형교통정보(ITS), CCTV정보, 콜센터 상담, 도로·시설물 공간정보 등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면 범죄를 예측·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총기 범죄 예방 대책으로 빅데이터를 주목하고 있다. 총기 난사 사건이 급증하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총기·총탄 구매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인 대부분이 일정 기간 동안 다수 총기 판매점에서 대량의 총기를 구매하는 등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전에 대량 총기 구매자를 파악한다면 불의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범죄예방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ICT 활용방안’에서 우리나라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 속성, 경찰 업무, 실제 법·제도에 관한 이해를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연구개발(R&D)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IA는 빅데이터를 포함한 ICT가 모든 범죄를 즉각적으로 예방하는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 범죄예방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이코패스가 상영 시간 내내 관객에게 던지는 중요한 문제점이다.

ICT를 활용한 범죄 예방 시스템은 중대 범죄를 예측하고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인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