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분쟁]법원, 연거푸 삼성손 들어줘…17일 주총 국민연금이 칼자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7일 법원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자사주 KCC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다시 삼성 손을 들어줬다. 미국 의결권 자문사 ISS의 합병 반대 의견 제시가 17일 주주총회에서 일부 외국계 주주를 움직이더라도 국내법에 의한 합병 적법성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남은 관심은 국민연금이 찬반 어느쪽에 서느냐에 쏠리게 됐다.

◇법원, 연거푸 삼성 손들어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7일 기각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KCC에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자 KCC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지난달 11일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물산이 합병 대상인 제일모직 2대 주주인 KCC에 자사주를 파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회사는 원칙적으로 주주들에게 먼저 자기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 없이 자기주식 처분 목적에 적합한 상대방을 선정해 자기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며 “KCC가 제일모직 주주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라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또 “자사주 매각 주 목적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이지만 합병 자체가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손해가 아닌 만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자사주 매각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자금 확보를 하려는 목적도 있고 이는 합리적 경영 결정”이라고 적시했다. KCC 취득가격인 주당 7만5000원이 삼성물산 합병가액 주당 5만5000원보다 높아 KCC 주주에 손해를 끼친다는 엘리엇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제일모직·삼성물산 주주총회 개회 및 KCC 우호 의결권 행사 모두 가능해졌다. 삼성물산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무차별 소송을 통해 주주의 정당한 의사결정 기회마저 원천봉쇄하겠다는 해외 헤지펀드 의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판단한다”며 “두 번의 법원 판결을 통해 정당성과 적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합병이 주주 지지를 받는데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마지막 선택은?

지금까지 상황 전개는 예상 범주 내 들어있었다.

삼성은 두 차례 법적 판단에서 기대한대로 모두 승리했다. 엘리엇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하고 법원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다고 보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주주총회 전까지 최대한 여론을 반대쪽으로 끌고가야 하는 본래 목적은 달성했다. 엘리엇이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이 또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엘리엇은 ISS 합병 반대 의견 발표로 외국인 주주 반대 의결권 결집에 상당한 힘을 얻었다. ISS 반대 의견은 엘리엇이 삼성과 대등한 의결권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열쇠였다. 삼성은 ISS가 찬성 의견을 내도록 막판까지 공을 들였지만 통상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 관례를 보면 이 결과 또한 예측가능한 수순이었다.

마지막 남은 변수는 삼성물산 2대주주인 국민연금 선택이다. 삼성은 법원 판결로 KCC로 넘긴 자사주 5.76% 찬성 의결권을 확보했다. 삼성 특수관계인 13.82% 지분을 포함해 총 19.58% 우호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 10% 내외인 기관 투자자도 대다수 합병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7.12% 지분을 가진 엘리엇은 외국인 지분율 26.68%를 반대 의견쪽으로 결집하는 결과를 얻었다. 1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됐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