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한반도 생태계 흔드는 외래 동식물

아마존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

수족관에 가지 않는 한 국내서 볼 수 없는 물고기다. 하지만 아열대 육식어종인 피라니아가 이달 초 강원도 횡성 마옥저수지에서 발견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자연 상태에서 피라니아가 한국에 나타날 수 없는 만큼 누군가 관상용으로 들여와 기르다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충청북도 청주에선 아프리카에 사는 개구리도 발견됐다.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일원에 토종 개구리를 위해 만든 습지에서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발톱개구리’가 발견된 것. 역시 누군가 관상용으로 들여왔다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혹은 실수로 버려진 외래종 동식물이 한반도 생태계를 위협한다. 배스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등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동물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생물’에 꼽힐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큰 피해를 일으킨다. 돼지풀 등 외래 식물 역시 강력한 번식력으로 토종 식물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

이번에 발견된 피라니아는 국립생태원과 강원대 어류연구센터가 어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먼저 피라니아와 유사한 ‘레드파쿠’가 발견됐고 후속 정밀조사에서 피라니아까지 등장했다.

피라니아는 육식어종인 만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틀간 저수지 물을 모두 빼고 피라니아를 찾았다. 다행히 추가로 발견된 피라니아는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무심코 버린 물고기 몇 마리 때문에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 더구나 피라니아와 레드파쿠는 한 번에 최대 3000~4000개를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혹시나 알을 낳았다면 생태계 교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피라니아뿐 아니라 이미 곳곳에서 외래 동식물로 인한 생태계 교란 피해가 나타난다. 천적까지 먹어치우는 막강한 포식자인 황소개구리는 습지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핵심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경상남도 창녕 가항습지 황소개구리를 조사한 결과 61종 먹이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개구리보다 먹이사슬 위에 있는 조류인 박새, 포유류인 등줄쥐와 땃쥐 등도 잡아먹었다. 독침을 가진 독충류인 장수말벌과 등검은말벌도 황소개구리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다른 지역에선 황소개구리가 뱀을 잡아먹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식용으로 들여왔던 큰 입 배스나 블루길은 수중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토종 어류는 물론이고 치어나 알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면서 수중 생태계를 자신들을 위한 곳으로 바꿔 버린다. 배스가 망가트린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잠수부와 낚시 등을 총 동원해 포획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노력이 따른다.

낙동강 지역에선 뉴트리아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1980년대 모피 생산용으로 들여왔다가 자연으로 퍼진 뉴트리아는 하루에 몸무게 20~25% 먹이를 먹는다. 먹이로 수생식물은 물론이고 농작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생태계 파괴와 농민 피해를 일으킨다. 저수지 둑과 하천 제방에 구멍을 뚫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바람에 홍수기에 큰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정부는 1990년대 말부터 생태계를 심하게 교란하는 외래종을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환경부 고시를 통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현재 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 블루길, 돼지풀, 꽃매미 등 18종이 지정돼 있다. 이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수입과 인위적인 자연 생태계 방출이 금지된다. 정부와 지자체, 환경단체 등이 힘을 합쳐 퇴치 작업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일부 시민의 몰지각한 행태다. 애완용, 관상용 등으로 몰래 들여와 키우다 함부로 자연에 방사하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발견된 피라니아와 발톱개구리도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인터넷에는 피라니아를 분양한다는 글이 무수히 많이 올라와 있다.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교란 생물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지정된 18종 외에도 수백종에 이르는 외래 동식물이 들어와 있는 만큼 관리 강화를 위해서도 지정확대가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외래 동물을 방사하는 것에 대한 처벌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이번처럼 피라니아 방사로 행정력과 예산낭비를 초래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외래 동식물뿐만 아니라 유전자변형생물체(LMO)가 실험실 밖으로 퍼져 자연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환경부 조사 등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LMO가 발견된다. 물론 극히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발견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연에서 발견된 LMO 대부분은 LMO 곡물을 공장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자연 발아하는 경우다. 문제는 LMO 운송체계가 엄격하지 않아 낙곡을 통한 자연 발아 사례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연 환경에 있는 LMO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사후관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 목록/자료 : 환경부>


생태계 교란 생물 목록/자료 : 환경부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