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여름 불청객 태풍…피해 줄이려면

해마다 여름이 되면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 강한 바람과 함께 짧은 순간에 엄청난 폭우를 동반해 막대한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인명피해까지 끼친다. 9호 태풍 ‘찬홈’이 한반도에 피해를 주고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11호 태풍 ‘낭카’가 다가왔다. 뒤이어 12호 태풍 ‘할롤라’까지 접근하고 있다.

태풍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요인의 절반 이상인 56%를 차지할 만큼 위협적이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현상이 발생하면서 태풍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엘니뇨와 태풍 발생의 상관관계가 알려진 가운데 올해 엘니뇨가 강할 것으로 예상돼 슈퍼 태풍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연 평균 80개 태풍 발생

태풍은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으로 중심기압이 960hPa 이하며 중심 부근에 맹렬한 폭풍권이 있고 전선을 동반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구 여러 곳에서 연간 평균 80개 정도의 열대 저기압이 발생한다. 같은 열대 저기압이라도 발생하는 장소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태풍(Typhoon)이다. 북중미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은 사이클론(Cyclone), 오스트레일리아는 윌리윌리(willy-willy)로 부른다.

태풍은 중심부 최대 풍속이 1초당 17m 이상이고 폭풍우를 동반한 기상현상이다. 지구 적도 부근은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열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태풍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 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해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대 풍속에 따라 태풍, 강한 열대폭풍, 열대폭풍, 열대저압부 등으로 구분하지만 일반적으로 열대폭풍부터는 모두 태풍으로 간주한다.

◇갈수록 변화무쌍해지는 태풍

찬홈, 낭카, 할롤라 등 태풍의 이름은 미리 정해져 있고 발생하는 순서에 따라 붙인다.

원래 태풍 이름은 1953년 호주 예보관들이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을 애칭으로 붙이면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 공군과 해군이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성의 이름을 사용했는데 성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 1979년부터는 남성과 여성 이름을 번갈아 사용한다.

현재 태풍 이름은 세계기상기구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제출한 140개의 고유 언어를 5개조로 나누고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단 회원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은 태풍위원회가 이름을 제외시키고 새로운 이름을 선정해 사용한다. 우리나라와 북한도 태풍 이름을 10개씩 제출해 총 20개의 한글 이름이 사용된다.

올해 태풍 이름 순서대로라면 12호 태풍 이름은 사우델로르다. 하지만 태평양 동쪽 즉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생겨난 할롤라가 아시아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12호 태풍이 됐다. 따라서 사우델로르는 13호로 이름이 밀렸다. 이후에도 허리케인 발생 지역에서 생겨난 열대 저기압이 방향을 틀어 아시아로 올 가능성이 있다.

태풍의 진로 예측도 쉽지 않다. 기상청은 찬홈이 중국 내륙에 깊숙이 상륙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찬홈이 서해안을 스치고 지나가며 인명피해를 포함한 많은 피해를 입혔다. 때문에 기상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더구나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가 찬홈 실제 경로와 거의 유사한 진로를 사전에 예측한 것이 알려지며 비판이 더욱 거셌다. 하지만 태풍 진행경로가 워낙 변화무쌍해 태풍에 따라 각국 기상청의 전망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유사한 정확도를 기록한다.

◇태풍 피해 줄이려면

강력한 태풍은 상상할 수 없는 큰 피해를 미친다. 2007년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나리’는 제주 역사상 최대인 일 강수량 400㎜가 넘는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2002년에 발생했던 태풍 ‘루사’는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하루에 870.5㎜의 비를 몰고 왔고 5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도 기록했다.

아직 인간의 힘으로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기상청은 육상에서 풍속 기준으로 14m/s 이상 또는 순간풍속 20m/s 이상이 예상될 때 ‘태풍주의보’를, 21m/s 이상 또는 순간풍속 26m/s 이상이 예상될 때 ‘태풍경보’를 발령한다. 기상특보 상황에 따라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선 태풍주의보 시에는 기상예보와 태풍상황을 주의 깊게 청취해야 한다. 재해위험지구에서는 주민대피 준비도 해야 한다.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고 낙뢰 시에는 건물 안으로 대피해야 한다. 차량도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감속 운행해야 한다.

태풍경보 발령 시에는 재해위험지구에 있는 주민은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대형 공사장이나 고압전선 주변, 아파트 옥상, 지하실, 하수도, 맨홀 등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침수도로 구간이나 위험시설물 주변도 피해야 한다. 정전 등 비상상황에 대처할 준비는 물론이고 비상시 연락방법과 교통수단도 확인해두면 좋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아파트 창문 등이 파손될 수 있으니 테이핑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